▷대인(對人)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감정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친절이 생명인 전화상담원, 상사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비서,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식당종업원, 관람객에게 언제나 밝은 얼굴을 보여야 하는 놀이공원 직원, 승객을 편안히 모셔야 하는 항공승무원이 대표적이다. 골프장 캐디처럼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합친 복합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억지 미소를 짓고 마음에도 없는 친절을 온몸으로 표시해야 하는 감정노동의 칼날은 야금야금 영혼을 파괴한다. 많은 이들이 귀가하면 가족에게 짜증을 낸다. 억눌린 분노는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을 괴롭히는 것이 이른바 ‘진상고객’이다. 직원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거나 욕설을 퍼붓고 상식을 넘어서는 억지 요구를 하는 이들이다. 감정노동자가 너무 저자세인 것도 문제라는 말이 있지만 ‘고객감동’을 부르짖는 회사 측은 해당 직원만 나무라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준다. 대다수 감정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