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외교관이 못하는 창조외교 할것”
박근혜정부 첫 주중대사로 내정된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그런 그가 지난달 말 박근혜정부 첫 주중대사로 내정되자 다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당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부상한 데 이어 다시 ‘박근혜 외교 도우미’로 발탁된 정치적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장기화되는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박 대통령의 북핵 해법 시나리오를 중국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그의 행보도 어느 때보다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에 이어 중국을 잘 모르는 대통령 핵심 측근이 잇따라 주중대사를 지내는 게 맞는지에 대한 정치적 논쟁도 없지 않다. 요즘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 쓴다는 권 내정자를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사실 박 대통령에게 처음 제안을 받고서는 잠시 망설였다. 내가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의정활동 기간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들여다봤지만 중국이 내 전공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 인선 취지를 설명 듣고서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 맞춰 온 정치적 호흡을 이어간다면 ‘외교 채널’로서 프로페셔널 외교관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명명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창조 외교’라 해두자.”
―중국어는 잘하나? 박 대통령이 주중대사로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나.
“영어 독일어는 잘하지만 중국어는 아직…. 해당국 언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외교적으로 민감한 현안은 통역이 더 안전하니까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의 개인적 신뢰는 북핵위기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고, 실제로 역대 어느 정부의 정상 간 신뢰보다 탄탄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나는 이 관계를 지속시키고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권 내정자라는 채널을 통해 한중관계도 직접 하나하나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박 대통령에게 잇따라 중용되는 비결이 뭔가. ‘권영세가 사는 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나를 친박 핵심으로 분류하지만 난 원조 친박은 아니다. 일을 하다 보니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다는 게 옳을 것이다. 난 지금도 친박 그룹으로 분류되기보단 박 대통령과 일을 해본 그룹으로 분류되길 원한다. 굳이 자평하자면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박 대통령이 나와 일하는 걸 편안해하는 것 같다.”(권 내정자는 2007년 대선 때 중립이었고 내내 비주류로 있다가 2011년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유럽을 방문할 때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
―그 몇 가지가 뭔가.
“팀플레이에 익숙한 게 그렇다. 팀원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거나 ‘보스’와 의견이 잘 맞지 않는다고 팀 밖으로 뛰쳐나가 개인플레이 하는 건 내 체질과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에 그런 사람들 많지 않았나? 그냥 듣기만 하지 않고 필요하면 정중히 건의하는 것도 내 스타일이다.” 실제로 권 내정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사무총장으로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가급적 뒷소리 나지 않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 억울한 평가다. 사인 간엔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별로 듣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김무성 의원처럼 ‘친화력의 화신’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 비교되지 않나 싶다. 지역구 의원을 세 차례 하면서 다진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중국 사람들 만나면 정장도 지금보단 좀 편하게 입고 잘 맞춰야겠지.”
―하긴 친박 내에서는 네트워크 좋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도 각별하지 않나.
“이 시점에선 노코멘트 하는 게 좋겠다.”
요즘 류우익 신정승 전 주중대사를 잇따라 만나며 내공을 다지고 있다는 권 내정자는 5월 말 중국 현지에 부임할 예정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