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공정 굳히기’ 中 고구려 박물관, 말문 막히는 현장
5월 1일 지린 성 지안에 공식 개관하는 중국 최초의 고구려 박물관인 ‘지안 박물관’. 연꽃잎 8개를 붙인 모양의 지붕이 도드라져 보인다. 지안=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동북공정 주장 투성이’
박물관 중앙 로비에 세워진 유리판에 쓰인 ‘전언(前言)’은 “한무제가 고구려인이 모여 사는 곳에 고구려현을 설치해 현토군 관할 아래에 뒀다. 이후 기원전 37년 고구려 왕자 주몽이 고구려현내에서 고구려정권을 세웠다.”고 표현했다. 고구려가 건국 초기부터 한나라의 지배를 받았다는 소리로 중국 측의 주장일 뿐이다. 고구려는 한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건국했다고 한국 학계는 반박해 왔다.
제1전시실 설명 패널에는 “고구려는 중국 중앙 역대왕조로부터 책봉을 받았고 멸망 후에는 유민들이 한족과 기타민족으로 융합됐다”고 적었다. 또 “고구려는 건국 후 (한나라) 현토군에 속하기를 원했고 부단히 중원왕조에 사신을 보내 조공을 바쳤다. 중원왕조는 고구려에 조복의책(朝服衣책·관원의 예복 및 옷과 두건으로 중원왕조가 속국에 내리는 것)을 내렸다”고 쓰여 있다.
박물관 전시패널에는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 또는 ‘고구려는 중원 국가의 속국’이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동북공정의 핵심 내용은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었다.
반면 이 박물관에는 고구려가 수(隋) 당(唐)과 대규모 전쟁을 벌이는 등 중원세력과의 투쟁을 통해 성장 발전했다는 등의 내용은 없었다. 역사적 사실이지만 중국 측에 불리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라고 동행한 전문가는 말했다.
○ 고구려 역사에 한반도는 없다(?)
A 박사는 “중국 역대 왕조는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가 아닌 외국의 역사로 분류했고 한반도의 역대 왕조는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기술해 왔다”며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도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소개했다”고 밝혔다.
○ 박물관은 8개 연꽃무늬 모양 형상화
이 박물관은 시 중심부인 젠서루(建設路)와 윈수이루(雲水路)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중국 전통의 풍수이념과 연꽃을 좋아하는 고구려인의 특성을 따 연꽃 잎 8개의 모양으로 세웠다. 건축 면적은 6459m²라고 입장권에서 소개했다. 1, 2층으로 나눠진 박물관은 △토기와 석기 등을 전시한 한당고국 △요동에서의 국가 발전을 소개하는 웅거요동(雄據遼東) △생활 유물을 전시하는 산지민풍(山地民風) △병장기를 전시하는 금과철마(金戈鐵馬) △무덤에서 발견된 벽화 및 유물 등을 전시하는 상장유풍(喪葬遺風) △광개토대왕비와 관련한 유물을 전시한 호태왕비(好太王碑) 등 6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 유물은 모두 1000여 점이다.
박물관 측은 유물 도록 등 설명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국가 규정이라면서 관람객의 가방을 임시 보관소에 맡기도록 하고 사진 촬영이나 기록을 못하게 했다. 참관자가 한국인이면 경찰이 참관 내내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지안=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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