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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지자체-교원노조 싸움에… 학생 87만명 한달째 학교 못가

입력 | 2013-04-26 03:00:00

수업 연장 반대시위에 직장폐쇄 맞불




덴마크가 교육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98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학교(6∼16세 대상)들이 4월 1일부터 지방정부의 폐쇄 명령으로 약 4주간 문을 닫고 있다고 유럽연합옵서버가 24일 보도했다. 한 달 가까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이 87만5000여 명, 수업하지 않고 있는 교사는 6만9000여 명에 이른다.

정부는 24일 교사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임금 관련 예산을 3억 크로네(약 756억 원)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총리는 “주말에 법안이 통과되면 29일에나 학교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단체들이 일제히 학교 문을 닫은 이유는 교사들의 근로시간 결정 권한을 학교장에게 주고 수업 시간을 늘리겠다는 ‘근로조건 개혁안’을 덴마크교직원노조(DLF)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수업, 수업 준비, 학생 평가 등에 대해 교사들이 쓸 수 있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초등학교 교사의 수업시간은 2시간 정도 늘어나지만 그만큼 수업 준비 시간은 줄어든다.

교사들은 “유럽의 어느 국가에서도 교사의 근로시간 배분을 자치단체가 마음대로 제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11일에는 교사 약 3만 명이 수도 코펜하겐에서 시위를 벌였다. 2009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 반대하며 3만여 명이 시위를 벌인 이후 최대 규모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동안 상당수 맞벌이가정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부모가 직장으로 어린 자녀를 데려오는가 하면 고학년 학생들은 할 일 없이 무리지어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코펜하겐 레고의 홍보팀장인 로아르 트랑베크 씨는 “직원들이 아이를 직장에 데리고 올 수 있지만 다른 직원을 고려해야 하며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