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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사람 잡은 테이저건

입력 | 2013-04-27 03:00:00


2004년 8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전과 10범의 강력범을 잡기 위해 서울 서부경찰서 소속 경찰 2명이 야간에 잠복했다. 그러나 되레 범인이 휘두른 칼에 2명 모두가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숨진 경찰은 경찰봉만 들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2005년부터 미국에서 수입한 ‘비장의 무기’가 ‘테이저건’이다. ‘테이저’는 무기 제조회사 이름이다.

▷테이저건은 진짜 총이 아니다. 5만 V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달린 침 2개를 동시에 발사한다. 맞으면 바로 5초 동안 기절한다. 제압용인 셈이다. 침은 두께 5cm의 직물을 관통할 정도로 파괴력이 만만찮다. 발사체는 길이 15.3cm, 높이 8.2cm, 폭 3.3cm에 무게는 175g가량으로 유효 사거리는 5∼7m. 1정 가격은 120만 원. 경찰지구대마다 4정씩, 파출소엔 3정씩, 경찰서 형사계엔 팀마다 2정씩 모두 8190대를 비치해 놓고 있다.

▷테이저건이 안전한 건 아니다. 2010년 5월 인천 부평 주택가에서 한 남성이 심하게 술주정을 부렸다. 만취한 이 남성은 집 앞 골목길에서 “마누라를 당장 찾아오라”며 칼을 들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은 1시간 동안 대치하다 테이저건을 쐈다. 총에 맞은 이 남성은 쓰러지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칼에 옆구리를 찔렸다.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지만 숨졌다. 2007년 7월 경기 평택의 쌍용자동차 시위 진압 때도 테이저건을 쏴 노조원이 뺨에 관통상을 입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4일 오전 2시경 대구 달서구의 한 식당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30대 여성이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실명하는 사건이 있었다. 부부싸움이 화근이었다. 달서경찰서 월배지구대 소속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는 경찰이 조준해 쐈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오발이라고 해명했다. 테이저건은 얼굴을 향해 발사할 수 없고, 14세 미만 피의자와 임신부에게 쏴서도 안 되는 게 경찰의 사용 규정이다. 이제나 저제나 술이 ‘웬수’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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