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 질서’ 한중일 심포지엄
“불행한 역사에 대한 일본 일부 지도자의 시대착오적, 역사 퇴행적 언행은 동북아의 새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국가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개탄스럽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회 한중일 국제심포지엄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극단적 우경화에 대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고로 시작됐다. 윤 장관은 축사에서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중일의 새로운 리더십과 동아시아의 질서 재편’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애초 ‘중국의 부상’을 논점으로 삼았지만 한중일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침략전쟁 부정과 내각 고위 관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촉발된 사태에 대해 설전을 방불케 하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심포지엄은 한국의 동서대와 동북아역사재단, 중국의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일본의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반면 한국 측 토론자로 나선 박준우 전 주유럽연합(EU) 대사는 “이런 주장은 아베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을 배려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전 대사는 “자민당은 우경화를 통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이후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 발표자인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이 과거를 사죄한 담화들을 스스로 부정하면 한일관계에서 공든 탑의 기초가 무너져 다시 쌓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측 토론자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일본 정권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상적으로 상당히 우경화돼 있다. 일본 전체가 우경화되면 이번과 같은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외교협회 정기총회 축사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방문 시 지난 20년의 한중 관계를 회고하면서 앞으로 20년의 양국 관계 비전과 로드맵에 대해 합의하고 공동성명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