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와 춤추다/스테판 에셀 지음/임희근 김희진 옮김/436쪽·2만 원/돌베개◇포기하지 마라/스테판 에셀 지음/조민현 옮김/128쪽·9500원/문학세계사
2010년 ‘분노하라!’를 펴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스테판 에셀(1917∼2013)의 유작과 자서전이 동시에 출간됐다. 올해 2월 26일 타계한 그가 패배주의와 순응주의에 빠진 세계인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호소가 담겨 있다.
에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골 장군 휘하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체포된 후 독일 부헨발트 포로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투사였다. 종전 후에는 프랑스 정부의 외교관으로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수많은 국제 분쟁과 인권 운동, 불법 이민자 문제 등에 중재자로 나서며 사회운동가로 활약했다.
어떻게 아흔세 살 된 노인의 짤막한 글이 21세기 세계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었는가는 가장 큰 의문이었다. 그것은 세계 경제위기라는 시대적 상황도 있었지만, 저자가 보여준 평생의 삶의 무게와 두께가 던진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서전 ‘세기와 춤추다’에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있던 해에 태어나 20세기와 함께 ‘춤을 춰 왔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담겨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 ‘줄 앤 짐’의 실제 모델이었던 부모의 이야기,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들과의 만남까지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그는 1997년에 펴낸 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이 20세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21세기 들어 마지막 10여 년간 더욱 뜨거운 삶을 살았다.
‘포기하지 마라’는 타계하기 직전인 1월 스페인 기자와 네 차례 만나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권이 악화되는 상황에 분노할 것을 재차 촉구하면서도 “혁명의 길이나 전체주의 사상으로는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 혁명은 결국 전체주의를 부른다”고 경계했다.
“20세기 동안 유럽인들은 조직화된 운동과 자신의 양심을 멀리하고 모든 판단을 통제하는 이데올로기를 떠받들었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인간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전지전능한 안내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위기로 인한 고통에 대한 대답이, 또 다른 피델 카스트로나 또 다른 체 게바라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를 지키는 개혁적 민주주의의 힘을 결집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