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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원철수]‘중대조치’ 행동으로 옮긴 박근혜스타일

입력 | 2013-04-27 03:00:00

“무작정 기다리기엔 국민희생 너무 커”… 朴대통령 “말한건 지킨다” 초강경 카드
“치킨게임 더는 안 통한다” 단호… 금강산 피격-천안함 MB 대응과 달라




26일 오후 3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한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무거웠다. 류길재 통일부, 윤병세 외교부,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9명이 둘러앉았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정식으로 대화 제의까지 했는데 이것마저 (북한이) 거부했다. 무작정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건지…. 국민의 희생이 너무 크다”며 침통해했다. 이어 1시간여의 회의를 마친 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원 철수’라는 강경한 대북 카드를 꺼냈다.

북한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의 대화 거부가 확인되자 주저 없이 ‘중대 조치’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당초 개성공단 발전을 남북관계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마지막 남은 끈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강 대 강 충돌을 빚는 계기가 됐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기 싸움과 위협의 수단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과 적당히 타협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조속히 (개성공단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지만, 과거와 같은 ‘퍼주기 식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는 김정은의 치킨게임이 안 통할 거라는 점을 북한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1년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해 왔다. 도발과 위협에는 더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요지다. 과거 정부가 맺은 6·15선언과 10·4선언도 이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명박 정부보다 유화적인 통일정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막상 취임 이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위협에 이어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까지 취해지자 역대 어느 정부보다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말하고 약속한 건 무조건 지킨다”는 특유의 스타일이 대북 문제에서도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했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연이은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일각의 평가와 대비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박 대통령이 대화 제의를 했으니 시간을 끌면 따라올 것이고 고리를 끊겠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박 대통령은 말하면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박 대통령은 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원칙을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이재명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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