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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원철수]北 체제위협에 ‘8600만 달러 박스’ 포기?

입력 | 2013-04-27 03:00:00

“개성공단 통해 南우월성 입소문 확산”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실무협의 제의를 걷어차고 ‘강 대 강’ 대결에 나선 데는 박근혜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또 개성공단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실익을 안겨 주고 있지만 최근 들어 체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26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한미연합 해상상륙훈련 등을 거론하면서 “(남한이) 정세를 폭발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괴뢰 군부 깡패들에 의해 개성공업지구가 전쟁 도발 구실로 악용돼 우리는 부득불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보장을 위해 통행을 차단하고 기업 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며 한미 양국에 책임을 돌렸다.

북한은 3일 출입제한 조치를 내릴 때도 ‘달러박스’ 표현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질 구출 작전’ 보도 등을 문제 삼았다. 또 8일 통일부 장관 명의로 대화 제의가 나왔을 때도 보수단체의 반북(反北) 집회에서 김정은 화형식이 있었다는 이유로 ‘최후통첩문’을 발표하고 “예고 없는 보복 행동과 군사적 시위 행동을 시행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6·15합의의 유훈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개성공단과 무관한 문제들을 (억지로) 내세워 대결로 몰아가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최고 존엄 훼손 등의 이유를 대며 ‘출입제한→가동 중단→공단 폐쇄 불사’ 순서로 몰아간 것은 개성공단을 경제적 이익을 얻는 창구보다는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조업을 통해 연간 약 8600만 달러(약 945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벌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세금과 보험료 명목으로 당국이 챙겨 간다. 하지만 조 교수는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 체제의 우월성이 북한 사회에 퍼져 가는 것은 달러로 환산할 수 없는 체제 위협 요소”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간식으로 나눠 준 초코파이가 최북단 함경북도에서 눈에 띌 정도로 개성공단 사정이 입소문을 타고 북한 전역에 퍼지고 있다는 것. 최근 북한이 대외무역 증가로 경제 사정이 나아져 개성공단 문제를 과감하게 처리할 여력이 생긴 점도 강경책을 택한 배경으로 언급된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광물자원 수출을 통해 번 돈만 15억 달러에 달한다”며 “개성공단으로 버는 돈은 놓치기는 아깝지만 포기하려면 포기할 수 있는 액수”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택한 것도 강경 일변도로 흐르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북한은 1962년 ‘군사력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택했을 때도 고립주의와 군비 확장 정책을 통해 대외 위협을 하고 도발을 저질렀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자칭 전승기념일인 7월 27일까지 전쟁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으로선 그동안 도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조바심을 느꼈을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한미 대결전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개성공단을 빌미로 북한이 당장 군사적 도발을 일으킬 개연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강력한 보복 응징을 선언한 상황에서 국지도발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 역시 기만전술을 펼치며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꺼내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과 미사일은 철저히 대미(對美)용인 만큼 남북 간의 문제인 개성공단 문제에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 폭탄은 쏟아내겠지만 개성공단 문제에 한정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대신 ‘3·20 사이버테러’와 같은 비충돌형 도발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숭호·손영일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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