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협 마중물’ 10년만에 폐쇄 위기南 6조피해-北근로자 등 20만 생계 타격 ‘화해상징’ 상실… 양측 정치적 손실 더 커
‘북한 내 남한 공단’이란 특수성을 지닌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30일 1단계 건설 착공식을 가진 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있을 때도, 북한이 각종 폐쇄 위협을 쏟아냈을 때도, 개성공단은 남북 소통의 최후 보루로 남았다.
한국은 개성공단 운영을 통해 ‘말이 통하는 인력’을 값싸게 쓰면서 물류비용도 대폭 줄여 적지 않은 이득을 봤다. 그래서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될 경우 한국은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내 인프라 구축과 설비 투자에 들어간 돈(약 1조 원) △123개 입주기업들이 생산 중단으로 보는 피해(약 2조 원) △원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협력사 3000여 개의 피해 규모 등을 모두 합칠 경우 5조∼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남북 당국은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상당한 정치적 타격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한반도 대치 상황을 완화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한국 정부는 ‘남북 화해’란 이미지 차원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발전의 핵심 조건인 외자 유치가 한층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