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릭 슈미트, 제러드 코언 지음/이진원 옮김/472쪽·2만 원/알키
책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시대가 곧 우리의 미래와 같은 말이라고 설파한다. 디지털 기술로 일으키는 수많은 변화가 인류의 앞길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과연 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동아일보DB
뭐, 에릭 슈밋(정확한 표기는 이게 맞다) 구글 회장은 이 정도 반향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호령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첫 저서라니 꽤나 관심이 컸다. 그것도 구글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구글 아이디어’ 소장을 맡고 있는 제러드 코언 미국외교협회(CFR) 부선임연구원과의 공동 저작이라니. 두근두근.
이런 욕구는 공상과학(SF) 영화를 뛰어넘거나 견줄 만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집 안에 앉아 홀로그램을 이용해 세계 곳곳의 동료들과 마주 앉은 듯 회의할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 주는 역사상 처음으로 무인자동차에 면허증을 발급해 줬다. 조만간 휴대전화가 질병을 체크하고, 안경만 쓰면 눈앞에 정보가 펼쳐지는 세상이 온다. 타임머신이나 공간이동까진 아니라도, 기술 진보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대비해야 할 일도 많다. 국가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통제와 감시에 나설 게 분명하다. 시민들의 바이오메트릭(biometric·생체인증) 정보를 활용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고 더 큰 권력을 쥐고 싶어 할 것이다. 또 그만큼 반작용도 거세지리라. 보스턴 마라톤 ‘압력밥솥 폭탄’을 보라. 인터넷 정보와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굳이 첨단 무기를 구하지 않아도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 금융과 군사 정보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해커들의 온라인 전쟁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만큼 끔찍하다. 기업에서 보안 유지는 이윤을 내는 본질적 목적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