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보조금을 지금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으로 규제하는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해 혼탁해진 시장을 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통신위원회는 20∼22일 11만6555명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가 번호이동을 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온라인 이동통신 판매점에서는 출고가격이 99만4000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가 3만 원에 팔리거나 신규 가입자에게 오히려 현금을 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 보조금 규제법안 5월 입법
방통위는 하루 번호이동이 2만4000건, 평균 보조금이 27만 원을 넘어서면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본다.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한 이동통신업계 역시 번호이동은 보조금 경쟁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번호이동 건수는 2004년 293만 건에서 2006년 732만 건, 지난해에는 1046만 건으로 증가했다. 이동통신 보조금을 전면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은 2008년 사라졌다.
번호이동 건수는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SK텔레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평균 출고가격은 2007년 43만6000원에서 2012년 92만7000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번호이동은 880만 건에서 1046만 건으로 증가했다.
이동통신 3사의 순차적 영업정지(1월 7일∼3월 12일)가 끝나자마자 다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청와대까지 나서 경쟁 자제를 당부했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방통위는 24일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불러 “단속을 강화하고 주도적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 이동통신사들 “우리만 규제해선…”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이란 마치 전장에 설치된 자동소총과 같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만 억누른다고 시장이 진정되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갈수록 오르는 기기 가격과 전체 3만여 개로 추산되는 온·오프라인 판매 대리점의 자체 보조금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부 가입자에게만 쏠리는 것이 휴대전화 보조금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서비스를 선택한 가입자는 같은 가격에 휴대전화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출고가격이 100만 원 안팎인 스마트폰이 판매시점과 방식에 따라 0원에서부터 100만 원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라는 것은 소비자를 차별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동통신 업계도 보조금의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보조금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누구도 통신시장을 신뢰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의 신규 네트워크 투자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석제범 미래창조과학부 국장은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경쟁하고 기기는 기기 경쟁사끼리만 경쟁할 수 있는 획기적인 틀을 5월 초에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