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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책]안병욱 ‘인생론’ (철학과현실사·1993년)

입력 | 2013-04-29 03:00:00

성실일관 강조한 ‘인생 내비게이터’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안병욱 교수(현 숭실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듣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안 교수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며 배움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학행일치(學行一致), 성실하게 일관된 자세를 취하라는 성실일관(誠實一貫),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사물을 옳고 정당하게 본다는 달인대관(達人大觀)에 대해서 강조했다. 고민 많고 꿈 많은 나이에 안 교수의 말씀은 귀한 가르침이 되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1993년. 농협 직원이 된 필자는 다시 한 번 안 교수에게 인생을 상담 받을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은 “자기의 길, 농협인의 길을 잘 가고 있는가?”라고 물었고 그 질문이 지금까지 나의 마음에 화두(話頭)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안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인생론’에 정성, 공경이라는 뜻의 한자 ‘誠(성)’을 써서 필자에게 선물했다. 학창시절에 들은 말과 직장인이 됐을 때 들은 말이 일관돼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안 교수는 책의 서두에서 ‘당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 민족 앞에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책 안에는 자녀나 사랑하는 후배를 가르치듯이 인생 전반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고 그가 평생 동안 고민해 온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젊은 시절에는 살기 바쁘고 살아갈 날이 무한히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지천명(知天命·50세)의 나이를 훌쩍 넘어선 지금은 인생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은 나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필자는 그때마다 ‘배운 대로 행하고 성실하고 일관되게 행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다시 새겨 본다. 농업과 농업인을 위해 몸 바쳐 헌신했던 선배들의 가르침대로 일을 하고 앞과 뒤가 다르지 않게 일관된 모습을 이어가라는 뜻으로 알고 다시 열의를 다진다.

요즘처럼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때가 없다. 서점에 가 보면 아예 하나의 장르로 구분돼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새겨둘 만한 깊은 사색과 가르침이 담겨 있는 책은 많지 않다. ‘인생론’은 2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지침서 역할을 해왔다. 화려하고 듣기 좋은 말보다는 직설적이고 묵직한 말로 채워졌지만 그만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의 지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생론’은 수많은 단상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바쁜 시간 중에도 짬을 내어 한두 꼭지를 읽기 좋기에 바빠서 독서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더욱 권하고 싶다.

김수공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