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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두근두근 메트로]아들과 함께 달린 DMZ 철책길 자전거 투어

입력 | 2013-04-29 03:00:00

17km낑낑… 이마엔 땀방울, 마음엔 꽃방울
임진강 옆길 금단의 땅 횡단 감격… 1시간 가까이 달리자 온몸 땀범벅
강바람 맞으며 먹는 초코파이 꿀맛




본보 조영달 기자(왼쪽)와 아들이 28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출발해 통일대교 군내삼거리 초평도 인근을 돌아오는 ‘비무장지대(DMZ) 자전거 투어’(17.2km)를 직접 체험했다. DMZ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진은 허가된 초평도 60T 전망대에서만 촬영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28일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광장.

간편한 운동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경기관광공사의 ‘비무장지대(DMZ) 자전거 투어’ 참가자들이다. DMZ에서 진행되는 유일한 자전거 행사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자전거 동호회원과 친구, 가족 단위로 200여 명이 참여했다. 기자도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직접 DMZ를 달려 보기로 했다. 평소 둘러보기 힘든 지역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렜다.

이날 DMZ 자전거 투어는 2주 전에 미리 참가 등록을 하고 출입 허가를 받았다. 임진각 내 평화센터 앞에서 신분증을 맡긴 뒤 자전거와 헬멧, 물 한 병을 받았다. 임진각∼통일대교∼군내삼거리∼초평도 일원을 돌아오는 1시간 반∼2시간 코스(17.2km)였다. 전체 코스 중 10km가량은 비포장 군(軍) 순찰로이고, 나머지는 통일대교와 국도 1호선을 달린다.

간단한 규칙을 듣고 체조를 마친 뒤 굳게 닫혀 있던 철책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두 줄로 늘어서서 서서히 철책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도 아들과 함께 DMZ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총을 든 군인들을 보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기분은 묘했다. 긴장감도 잠시, 철책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과 바람을 타고 전해 오는 풀 냄새는 상쾌했다. 1km 정도를 달리자 통일대교가 보였다. 잠시 후 ‘출입인식지역(인식카드를 갖고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판문점까지 연결되는 국도 1호선을 달릴 때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일반인이 달리지 못하는 이곳을 자전거로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잘 포장된 국도를 10여 분쯤 달리자 개성공단과 판문점으로 갈라지는 군내삼거리에 도착했다. 통일교를 지나자 다시 한적한 군 순찰로가 나타났다. 이곳부터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자전거는 덜컹거렸고 몸도 따라 흔들렸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아들의 표정도 밝았다.

30분쯤 지나자 가파른 길이 나타났다.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숨은 턱까지 찼다. 양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처음에 너무 빨리 달린 모양이다. 주위에서 “어디서 쉬어요?” “아직 한참 더 가야 되는데요. 힘 좀 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왼편으로 고요히 흐르는 임진강. 오르막과 내리막이 되풀이되는 길을 따라 달리자 반환점인 초평도 60T 전망대에 도착했다. 임진각을 출발한 지 50여 분 만이다. 자전거에서 내리자 온 몸은 땀투성이였다. 진행 요원들이 나눠 주는 초코파이는 꿀맛이었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두고 아들과 강 너머에 있는 초평도를 바라봤다. 6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 섬에는 수풀이 무성했다. 겉모습은 평온해 보였지만 지뢰가 많아 군인들조차 출입하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전망대엔 조그만 우체통이 하나 있었다. 참가자들은 누군가에게 보낼 엽서를 썼다. 아들도 집에 있는 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10분 휴식 후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는 길. 곳곳에서 “힘내세요” “파이팅”을 외치는 행사 진행 요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DMZ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는 게 즐거우면서도 분단의 현실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

◇비무장지대(DMZ) 자전거 투어에 참가하려면? = 임진각 평화누리(peace.ggtour.or.kr)나 경기도 DMZ 홈페이지(dmz.gg.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11월까지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진행되며 참가비는 1만 원, 장비 대여료는 3000원. 자전거는 물론이고 헬멧까지 빌려 준다. 031-952-7805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