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일부병원의 무자격 진료보조인력
PA(Physician Assistant)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의사의 책임 아래 일부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와 같은 진료보조인력을 뜻한다. 현행법상 수술, 약물 처방, 예진, 회진은 의사의 의료행위. 이는 간호사를 포함해 PA가 할 수 없다.
국내 여러 병원에선 PA를 두루 활용하지만 엄연하게 말하자면 불법이다.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통상적으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훈련시켜 PA로 쓰지만 응급구조사나 의료기사를 PA로 채용해 쓰는 곳도 많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의 지시를 받고 일한다는 뜻에서 이런 인력을 ‘오더리(orderly)’ 또는 ‘테크니션(Technician)’이라고 부른다.
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자초지종은 이렇다. 60병상 규모인 이 병원에 정형외과 전문의는 원장 1명이다. 이 원장은 보통 수술실에 환자에 따라 1∼4명의 비(非)의료인과 들어간다. 이들의 이력은 제각각이다. 관광과를 나온 태권도 선수 또는 축구 선수 출신이 있다. 앰뷸런스 운전사를 하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일하는 인력도 있다.
현행법상 환자의 피부를 봉합하거나 처치를 하는 건 의사만 할 수 있다. 이 병원 원장은 핵심적인 수술만 본인이 하고 나머지를 모두 PA에게 시켰다. 대학병원이라면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전공의의 업무다.
박 씨는 수술하는 사람들이 영어로 된 의료용어도 제대로 못 읽는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제대로 된 의료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수술칼도 잡고 피부도 봉합했던 것이다. 이후 박 씨는 병원의 불법 행위를 신고하기 위해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 직원은 “수술 현장을 촬영하든지 물증을 갖고 와라. 확실한 증거를 줘야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물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모든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달면 불법 의료행위 물증을 확보할 수 있고 의료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 답변
위 사례는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이며 강력한 단속대상이다. 은밀히 이뤄지는 불법 의료행위의 특성상 간호사 등 의료인의 내부고발이 필수다. 내부고발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된다. 불법 의료행위에 불가피하게 연루됐더라도 낮은 처벌을 받거나 면제될 수 있다. 지역 내 신고가 어려우면 복지부나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어디나 신고가 가능하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