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젊은층이 즐겨 보는 토크쇼 ‘존 스튜어트 데일리 쇼’는 최근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한에 대한 내용을 내보냈다. 여기에서도 북한은 위협적이기보다 구식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김정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함께 텍사스 오스틴을 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북한이 황당하다며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북한은 위협적이기는커녕 황당하거나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대상이다. 북한이 도발 위협을 해도 조크(농담)거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한물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나고 조잡한 미국 공격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김정은 정권을 ‘한심하다’ ‘코믹하다’를 넘어 ‘재미있다’며 즐기기까지 한다.
북한의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정보가 제한된’ 일반인들의 정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북한과 이란은 단골 비교 대상이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한 수 위지만 북한은 이란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을 170회 언급한 데 반해 북한은 10번에 그쳤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세 차례 TV 토론회에서 이란은 50회 거론됐으나 북한은 단 한 차례 주제로 올랐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적 언행으로 관심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란과는 비교가 안 된다.
물론 미국 외교에서 중동이 갖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란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자체 핵무기 보유에 나서는 것은 미국에 최대 악몽의 시나리오다. 미국에는 북한이 이란보다 예측 가능한 측면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는 위협과 대화의 사이클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지만 이슬람 과격주의 이란은 다르다.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체제 유지가 최대 목적인 북한과는 달리 종교 광신도들이 지배하는 이란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 이란의 위협은 실체적이고 긴급하게 인식되지만 북한의 위협은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김정은이 유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수없이 봤지만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한다고 해서 한국은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란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단체들은 미 의회 행정부 언론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다.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