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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몬다면

입력 | 2013-04-29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전쟁 위협과 함께 가혹한 조건을 앞세우며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된 한국 측의 대화 제의와 대남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한반도의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정상적인 상태가 되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에 대한 정상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없다.

북한의 미친 짓을 억제하고 정상 상태로 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친 짓과 비정상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계속 ‘미친 척’을 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접한 외교 접촉을 하고 있다. 2003년 8월 6자회담이 시작된 이래 최초로 중국은 모든 선택 가능한 대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미국, 한국과 진솔하게 대화하길 원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이런 대북 정책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비록 베이징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계속 강조하지만 사실 베이징도 분명히 알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竝進)한다”고 선포한 뒤 6자회담의 미래는 이미 암흑 속에 던져졌다는 것을.

김정일 정권은 6자회담 탈퇴를 선언했지만 적어도 입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핵 보유 사실을 헌법에 명시하는 등 핵무기 보유를 정권유지의 생명선으로 보고 있다. 6자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베이징의 마지막 환상을 빼앗은 셈이다.

베이징은 북한의 미친 짓과 비정상적인 상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한국과 함께 대북정책을 새롭게 세워 협력하겠다는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이 현재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베이징이 깨닫는 게 아니다. 안보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요구를 미국과 한국이 제대로 직시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중국을 억제하고 포위해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이 여러 차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중국을 겨냥한 게 절대 아니고, 중국을 억제할 의사가 없다고 얘기했지만 중국은 우려와 의심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오바마 정부가 진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있는지도 우려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비정상적 상태의 장기화는 일본과 한국을 미국 편에 단단히 묶는 데 유리하다. 비판받는 중국의 대북 정책을 겨냥해 외교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도 유리하다.

현재로선 오바마 정부는 중국을 설득해 북핵 문제를 함께 푸는 것을 대외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삼은 듯하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지적하거나 압력을 가하지 않았지만 온화하면서도 명확하게 중국이 북한 제재에 더욱 큰 역할을 맡아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과 미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대립적 입장은 새로운 협조적 입장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정세에서 워싱턴이 중국의 관심을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과 베이징이 적극적인 소통과 협조 추세를 이어간다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국제협력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과 원조를 줄이거나 심지어 멈추면 김정은 정권은 아마도 진짜로 ‘막다른 골목’에 몰릴 것이다. 북한이 미친 짓과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내게 하려면 반드시 평양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야 한다. 그래야만 평양의 변혁은 시작될 것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