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 “교내대회에 집중! 교과와 비교과 모두 관리했죠”
2013학년도 이화여대 입학사정관전형인 미래인재-이화과학인재전형으로 자연과학대학 분자생명과학부에 최종합격한 주지현 씨(19·경기 예당고 졸)의 사례에 주목해보자. 주 씨는 학교성적과 교내활동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는 서류평가에서 다른 학생들보다도 특별히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면접은 물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우선선발’됐다.
교내활동에 집중, 교과와 비교과를 한 번에
하지만 오해다. 주 씨는 수상 이력 때문에 합격한 것이 아닐 뿐더러, 수상경력 28개 중 7개는 우수한 교과 성적 덕분에 받은 교과우수상과 자기주도학습상 등이다. 많은 고교생이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된 뒤 내신 관리는 물론 비교과활동까지 함께해야 하므로 학업부담이 심해졌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주 씨는 어떻게 최상위권 내신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뛰어난 비교과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
비결은 학교 시험공부를 하는 데 오히려 방해를 줄 수 있는 교외대회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데 있다. 학교 일정에 맞춰 진행되는 교내대회만 준비하면서 시험기간에는 공부만, 교내대회 기간에는 비교과 활동에만 집중한 것.
주 씨는 고교 3년간 학교 야간자율학습에 주 5일간 빠짐없이 참석하며 오후 10시까지 공부했다. 토요일에도 학교에서 오후 4시까지 공부했다.
“학교 시험기간 2∼3주 동안 비교과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학교 공부에만 집중했어요. 교내대회에서 수상해서 학교 대표로 교육청대회에 참가했을 때만 2주 정도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집중적으로 준비했어요.”(주 씨)
최근 많은 자연계열 지원 학생이 자신의 논문 연구실적을 내세운다. 주 씨도 교내 과학탐구올림피아드, 과학창의력대회, 과학탐구실험대회 등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교내 생물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주 씨가 내세운 부분은 논문실적이 아닌 연구의 과정이었다. 주 씨는 고2 때부터 학교 ‘생물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실험을 하면서 생긴 궁금증을 발전시켜 친구 2명과 팀을 이뤄 연구를 시작했다. 주제는 ‘녹말 분해 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엿기름 제조방법 연구’.
주 씨는 연구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인근 엿기름 공장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에 실험공간이 마땅치 않아 주변 대학 3곳의 교수에게 대학실험실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직접 보리, 옥수수, 쌀 등을 기르며 실험을 진행했다. 결국 이 연구로 교내 탐구실험대회에서 최우수상(1등)을 차지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탐구하며 배워가는 과정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를 깨달았던 점을 자기소개서에 적었어요. 힘든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얻었을 때 기쁨을 느꼈다는 점을 앞으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로 썼어요.”(주 씨)
과학활동에 전념?… 융합 활동!
“자연계열로 진로를 정하기 전인 1학년 때는 독서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교내대회는 과학대회뿐만 아니라 논술 및 글쓰기 대회나 영어말하기 대회도 꾸준히 참가했어요. 고교 3년간 교내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대회 준비기간이 점점 짧아졌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력은 향상되고 수상실적도 따라왔지요.”(주 씨)
▼ 안정희 이화여대 입학사정관 “교과성적, 등급뿐 아니라 ‘학습태도’를 함께 평가하죠” ▼
교과성적… 등급 외에 ‘태도’도 평가
주 씨는 많은 교내대회 수상실적과 1.17의 뛰어난 내신등급을 갖고 있지만, 단지 스펙이 아니라 ‘태도’ 자체에서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내신 성적이 정량화되어 평가에 반영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정관들은 교과 성적 외에도 학업 ‘태도’와 ‘과정’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
안 입학사정관은 “주 씨는 방과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성실하게 참여했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학생이 대학 평가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결정적 ‘한방’으로 권위 있는 교외대회 수상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안 입학사정관은 “교외활동이 전혀 평가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교외활동의 시작도 결국 교내활동에서 점차 발전해 나간 활동이어야 한다”면서 “학교 과학성적은 좋지 않은 학생이 수준 높은 논문을 썼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융합’형 소양을 찾아라
많은 학생이 모집단위와 연계성이 높은 활동이나 수상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공연계성이 다소 떨어지는 학교활동이라도 그 안에서 성장한 경험을 어필한다면 그 자체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 씨가 과학 활동 외에도 눈길을 끈 부분은 영어구사능력과 글쓰기 능력부분.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험능력뿐만 아니라 영어원서를 읽어낼 능력과 실험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글쓰기 능력도 중요한 자질인 것.
안 입학사정관은 “주 씨는 과학 분야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교내 글짓기대회와 논술대회 등에서 두각을 보인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영어동아리 활동을 하며 영어실력을 키운 부분도 평가에 참여한 전공 교수들이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유려한 문장보다 정확한 사실 써야
자연계열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실 주 씨의 자기소개서도 문장과 표현만을 놓고 보면 우수한 자기소개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무궁무진한 기회’ ‘원하던 삶의 결과’ 등 추상적인 표현이 많다. 하지만 학생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입학사정관이 서류평가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더불어 교사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평가한다는 점이다.
안 입학사정관은 “이화여대는 이들 세 가지 서류를 종합평가하는 ‘삼각평가기법’을 활용한다. 문장 표현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학교생활기록부와 추천서에 기술된 사실들을 통해 짐작하는 일이 가능하다”면서 “문장표현에 부담을 느낄 필요 없이 특정 활동에서 본인의 역할과 성장한 부분을 진솔하게 풀어내면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