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열정’을 드러내세요”
2013학년도 홍익대 입학사정관전형인 홍익미래인재전형으로 미술대 디자인학부에 합격한 김진아 씨(20·서울 경기여고 졸)는 그런 우려가 오해에 불과함을 증명해 준다. 교내 미술수업과 미술대회, 시교육청 주최 미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도 외엔 특별한 대외활동이 없었던 김 씨. 과연 그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미술 소양과 열정을 드러냈기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교내 미술 프로그램 섭렵… 창의성·팀워크 어필
“콜라주 기법으로 만화를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가수 지드래곤의 노래 ‘하트브레이커’와 초콜릿 바 ‘핫브레이크’의 발음이 유사함에 주목해 둘을 결합한 패러디 앨범재킷을 만들어봤죠. 친구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김 씨)
김 씨가 미술 소양을 폭발적으로 확장한 기회로 꼽은 것은 고2 때 교내에서 진행된 서울시교육청 주관 미술영재교육 프로그램(총 100시간 과정). 김 씨는 ‘화장지만을 사용해 드레스를 제작하는 팀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여럿이 공동으로 미술작품을 만드는 행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미술활동보고서에 에피소드와 소감을 서술했다.
미술부 없어 가입한 도서부… 미술감독 역할 자처
한 분야에 대한 열정은 잘 갖춰진 환경보다 악조건에서 더 잘 드러나는 법. 김 씨는 고1 때 교내에 미술동아리가 없는 탓에 차선책으로 가입한 도서부에서 미술 재능을 발휘했다. 동아리행사 때 포스터를 그리거나 행사장을 디자인하는 일을 주도한 것.
“고2 때 8월에 열린 교내 축제 때 ‘도서관에 귀신이 산다’라는 주제로 도서관을 귀신의 집으로 조성했어요. 공간 디자인과 연출 모두 제가 맡았죠. 제 꿈인 미술감독에 잠시 가까이 가 본 경험이었어요.”(김 씨)
미술활동보고서… ‘에피소드+느낀점’ 풀어내
사실상 실기시험을 대체한 미술활동보고서. 김 씨는 미술활동 한 가지를 소개하더라도 느끼고 배운 점을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데 신경을 썼다. 자신의 강점을 끌어내느라 애쓰기보다는 당시의 솔직한 소감을 그대로 적은 것. 미술 수업시간에 콜라주 패러디로 친구들의 주목을 받은 경험을 소개한 부분에선 ‘아이들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반해, 선생님께서는 우리 또래의 가수를 모르셔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셨다. 작품에 있어서 감상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서술한 것이 그 예다. 김 씨는 “미대 입학사정관전형 지망생 중에는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와 화상통화까지 하면서 특별한 스토리를 만드느라 애쓰는 사람도 있다”면서 “학생 수준이라면 교내 미술수업과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력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평소 습작을 하거나 수업 과제로 작품을 만들 때 느낀 점을 바로바로 일기나 메모장에 기록해 두세요. 그것이 미술활동보고서에 들어갈 훌륭한 스토리가 된답니다.”(김 씨)
▼ 김근식 홍익대 입학사정관 “꾸준함으로 ‘열정’을, 구체성으로 ‘소양’을 입증하세요” ▼
이에 따라 2013학년도 전형에서는 학생부(40%), 미술활동보고서 등 서류(30%), 면접(30%)으로 3단계 최종 합격자를 가려냈다.
당락에 큰 변수가 되는 미술활동보고서는 자신의 미술활동 이력을 교과활동과 비교과활동으로 나누어 기술하도록 했다. 각각의 항목에는 담당교사가 별도 ‘평가자 의견’을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학생이 서술한 내용을 교사가 1차 검증하는 장치를 뒀다. 고교 미술교사의 평가가 갖는 권위를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취지.
김 씨의 미술활동보고서는 다른 지원자와 어떤 차이점이 있었기에 합격의 꿈을 이뤘을까. 김근식 홍익대 입학사정관의 설명을 들어보자.
정규수업, 방과후 교실… 공교육 적극 활용 ‘눈길’
미술활동보고서에 기입하는 항목 수는 무분별한 스펙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교과, 비교과활동 각각 최대 10개로 제한됐다. 평가자의 눈길은 항목 수보다는 미술에 대한 지원자의 꾸준한 관심과 열정에 집중된다.
가령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 미술과의 연관성이 부족하거나 고3 때 급조된 인상을 줄 경우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평가자는 지원자가 미술에 대해 꾸준히 보인 태도를 본 뒤 그 안에서 예술적 잠재력도 유추해 내기 때문이다.
김 입학사정관은 “김 씨의 경우 미술교육에 특화되지 않은 일반고를 다녔지만 정규 미술수업과 방과후 교실, 서울시교육청 주최 미술영재교육 프로그램 등에 적극 참여한 데다 미술 관련 비공식 동아리를 직접 만들고 운영한 모습에서 충분한 열정을 봤다”고 평가했다.
김 씨가 참여한 미술영재교육 프로그램은 공교육 영역에서 진행되는 우수 프로그램인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각 학교 미술영재학급의 대표 학생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수상(서울시교육청 주최 ‘제6회 영재교육생 창의적산출물대회’ 은상)한 이력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기에 필요한 소양을 갖췄음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작품과정 구체적 설명… 재능 가늠해
전형에서 실기시험을 폐지한 만큼 평가자는 미술활동보고서에 의지해 지원자의 예술적 재능과 소양을 최대한 가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내용보다는 작품 하나를 제작할 때의 발상과 재료, 결과물, 에피소드 등을 상세히 설명한 보고서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
김 씨의 경우 교내 축제 때 도서관을 귀신의 집으로 탈바꿈시킨 일화를 소개하면서 ‘공간을 음침하고 무섭게 연출하려 모든 창문을 막아 빛을 차단하고 노끈이 경로 안내(형성)와 장애물 역할을 동시에 하도록 (설치)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김 씨의 경우 고1 때 미술동아리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가 고2 때 미술동아리를 만든 배경에 대해 담당교사가 충분히 설명하는 등 지원자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한 점이 평가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