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스포츠동아DB
#10년 전, 그러니까 2003년.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늦여름이었던 것 같다. 태어나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간 날.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캠든야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이다. 그날 볼티모어에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원정을 왔다. 한국인 투수 김병현이 레드삭스의 소방수였다.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참 많이도 모였다.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한다. 관중석으로 들어서자마자 그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됐던 기억. 주말도 아닌데 5만석 가까운 야구장이 거의 들어찼다. ‘이게 메이저리그구나.’ 잠시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10년 후, 그러니까 2013년. 더 정확하게는 4월 21일 새벽 2시였다. 눈을 비비며 TV 앞에 앉았다. 이제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한 그곳의 전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의 한 투수가 마운드로 힘차게 걸어 올라갔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다. 깊숙한 곳에 저장됐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 거대하게 빛나던 야구장 한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의 에이스가 서 있다니…. 눈길을 창밖으로 돌려본다. 꽤 늦은 시간, 바로 옆 건물에도 여러 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류현진은 그렇게 단절됐던 10년의 추억을 잇는다. 10년 전 그날 보스턴은 졌고, 김병현은 등판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면 하나는 또렷하다. 야구장을 찾았던 한국 교민들의 함성, 불펜 쪽으로 달려가 하염없이 “김병현 파이팅!”을 외치던 그들의 모습. 그 전에는 어땠나. 다저스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이면 반 친구들은 교복 소매 안에 이어폰을 감추고 선생님 몰래 메이저리그 중계를 들었다. 애리조나 김병현이 월드시리즈에 등판하던 날에는 대학교 강의 출석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 시절처럼 류현진의 등판을 기다린다. 상대팀, 상대투수, 상대타자가 궁금하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며 설렌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