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은 해태와 삼성 사령탑 시절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위업을 쌓았다. 그러나 약체인 한화 사령탑을 맡은 뒤 ‘미래가 없는 야구’를 펼쳐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김민성 기자 marine@donga.com 트위터@bluemarine
■ 한달째 ‘투수조 전원대기’…김응룡감독은 왜?
SK전선 선발 유창식 1.1이닝만에 강판
한화 “이길수 있는 경기엔 모든걸 건다”
“선수 육성 없는 1승만 위한 야구” 지적
“유창식 보직파괴 선수 망치는 길” 일침
한화의 ‘내일이 보이지 않는 야구’가 계속되고 있다. 데니 바티스타와 대니 이브랜드, 송창식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매 경기 대기하는 이른바 ‘몰빵’ 야구다. 처음에는 개막 13연패를 탈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4승을 챙긴 뒤에도 마운드 운용방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실제 28일 문학 SK전에서도 좌완 유창식을 선발로 내세운 뒤 1.1이닝만에 강판시키고 김혁민을 올렸다. SK 좌타자들이 경기 시작 전 유창식이 아닌 우완 김혁민을 상대하기 위해 따로 준비했을 정도로, 뻔한 수순이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야구 관계자들은 “무엇을 위한 야구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화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약하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용병 2명과 송창식을 제외하고 매 경기 투수조 전원 대기”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렸고, 이 방식을 한 달째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선수는 “프로팀이니까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1·2선발이 이겨주면 3·4선발은 대량실점해도 마운드 위에 놔두는데, 그게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투수진의 과부하는 걱정거리다. 그는 “그나마 있던 투수들이 아파버리면, 팀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야구 관계자도 “한화가 가을야구를 하거나 승률 5할을 기록할 전력이 아니지 않나. 미래를 보고 선수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고 보는데, 1승만을 위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투수를 그렇게 써서 몇 게임이나 이겼나. 이 상태가 계속되면 투수들이 다 망가질 텐데, 후반기나 내년에는 어떻게 야구할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선발-계투 보직 파괴? 엄청난 데미지
선수육성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창식은 올해 4선발로 낙점됐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계투로 보직이 변경됐다. 그러나 28일 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한 선발투수는 “선발과 계투는 투구 스타일, 준비과정 등 모든 게 다르기 때문에 두 보직을 왔다 갔다 하면 데미지가 크다. A급 투수도 그런 일이 반복되면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야구 관계자도 “유창식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차피 선발로 키워 쓸 선수 아닌가. 대량실점해도 최소 5이닝, 공 100개는 던져봐야 스스로 느끼며 성장하는데, 1∼2이닝만 던져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NC도 당장 성적은 못 내고 있지만, 벤치가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지 않나. NC 팬들은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한화 팬들은 팀이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