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나눔식당 운영 김선자씨 암투병소외계층 배고픔 덜어준 곳 1년째 휴업“누군가 가게 인수해 서민들 도왔으면”
29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1층 ‘해뜨는 식당’. 간판만 붙어 있고 가게 안에 인기척이 없었다.
해뜨는 식당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식 3찬과 된장국이 나오는 백반을 1000원에 팔았다. 흰쌀밥에 반찬은 배추겉절이, 무나물, 깍두기 등 제철 음식 중심이었다. 이곳에서 소외계층 50∼100명이 매일 배고픔을 달랬다. 홍정희 대인시장상인회장(65·여)은 “채소를 팔러 시장에 온 할머니들이 돈을 아끼려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 해뜨는 식당이 문을 열면서 배고픔을 해결했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행복을 나눠주던 해뜨는 식당이 다시 꼭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빈털터리가 되고 10년간 간병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당한 뒤 헌 옷가게를 운영해 번 돈과 자녀들에게 받은 용돈으로 1000만 원을 모아 2010년 해뜨는 식당을 열었다. 식당 운영 초기에는 종업원 두 명을 써 한 달에 200만 원 넘는 적자를 봤다. 자녀들이 한 달에 100만∼200만 원을 보태줬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혼자 식당일을 보기 시작했다.
해뜨는 식당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쌀, 반찬을 후원하는 손길이 이어졌고 적자도 줄기는 했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김 씨는 “아이들이 말렸지만 따뜻한 밥 한 끼가 주는 힘을 봐오면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뜨는 식당은 김 씨가 지난해 5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문을 닫은 상태다. 수술을 받았지만 암은 재발됐고 다른 장기로 전이까지 됐다. 그는 현재 전남 화순군 동면 한 시골집에서 생활하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인 김 씨는 암 치료비 걱정보다 해뜨는 식당이 다시 문을 열지 못할까 봐 더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암과 싸우고 있다”며 “누군가 해뜨는 식당을 계속 운영해준다면 공짜로 모든 걸 넘겨주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