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이상 美쇠고기 수입 시기상조… 국민건강이 중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채널A와의 대담에서 새 정부의 농정(農政) 방향과 식품산업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58)은 최근 미국 통상당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할 것을 한국에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인의 믿음이 충분히 생길 때까지 지금까지처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5일 이 장관을 만나 새 정부의 농정(農政) 및 식품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들어봤다. 채널A는 30일 오전 7시부터 30분간 ‘박근혜정부의 청사진-신임 장관에게 듣는다’ 코너에서 이 장관과의 대담을 방영한다. 대담은 천광암 동아일보 경제부장이 진행했다.
“아직 국민들의 의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국민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축산부문의 총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미국에서 또 광우병이 발병하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현재 규정(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할 때만 검역을 중단)에 맞게 대응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는데….
―한식 세계화에 정부가 너무 나선다는 지적이 있다.
“해당 분야의 사업자,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한식 세계화를 꼭 외국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부터 뿌리를 탄탄히 다지는 방식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국내 각 지역의 향토음식문화를 ‘음식 관광’과 연결하겠다.”
―한창 인기를 끌던 막걸리의 인기가 최근 들어 한풀 꺾였는데….
“품질을 더 고급화하고 전통주 범주에 포함시켜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규제가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규제가 많아 좀더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생산자를 조직화, 규모화해 공동출하를 늘려야 한다. ‘로컬 푸드’나 직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으로 도매물류센터를 전국 곳곳에 만들면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물가가 안정되긴 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새 정부에서는 양파, 배추 등 가격 등락이 심한 품목을 대상으로 상하 움직임의 폭을 정한 ‘가격 안정대(帶)’를 운영하겠다. 그 범위 안에 있을 때에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범위를 넘어설 때만 정부가 개입하겠다.”
―동부그룹이 최근 초대형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 농사를 지으려다가 농민단체 등의 반대로 사업을 포기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한국의 농업은 기본적으로 ‘가족농 체제’다. 가족농은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20년이 되면 전체 가족농 경영주의 70% 이상은 65세를 넘는다. 일정 부분 비농업 분야에서 자본, 기술, 경영능력이 들어와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가공, 수출처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와 방법을 농민들과 함께 고민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량자급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우량 농지를 철저히 보존할 필요가 있다. 우량 농지도 산업단지처럼 생산 기반을 정비하고 이용률도 높이겠다.”
―귀농·귀촌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귀농·귀촌인들이 도시 경험과 쌈짓돈, 기술 등을 가지고 농촌에 오면 다양한 형태로 ‘6차 산업형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귀농·귀촌이 여생을 즐기는 개념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이 되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
―새 정부가 국책연구원에 있던 인사들을 장관으로 많이 발탁했다.
“나도 농촌경제연구원에 있으면서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다. 정부 내에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없진 않겠지만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약점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동필의 1234’라는 브랜드를 만든 것도 그런 취지에서인가.
“한 달에 두 번씩 세 시간 이상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것이 바로 ‘이동필의 1234’다.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1234’부터 배우지 않는가. 기본에 충실한 농정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첫 현장 방문지로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을 선택했는데 이유는….
“예전엔 보리가 한국의 주곡(主穀)이었지만 지금은 잘 심지 않는다. 보리가 파랗게 싹을 틔우면 경관이 아름답다. 이것을 관광과 접목한 곳이 고창이다. ‘먹는 보리’를 넘어 ‘즐기는 보리’를 만든 6차 산업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첫 방문지로 정했다.”
정리=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