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4.1%↓… 서울-인천-경기 하락폭 1, 2, 3위세종시 8.9% 급등… 상승률 최고… 종부세 대상 29% 줄어 5만2180채
특히 주택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이 6.8%나 하락하며 2006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도 크고 비싼 집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저가 중소형 주택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크게 올라 명암이 엇갈렸다.
○ 지역·가격·규모 따라 양극화 뚜렷
지난해 평균 4.3% 상승했던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4.1%나 내렸다. 전국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4.6%) 이후 처음이다.
전국 공동주택의 53%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국 평균을 끌어내렸다. 서울은 6.8%나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주택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한 200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 인천(―6.7%)과 경기(―5.6%)도 나란히 전국 시도별 하락률 2, 3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전체 평균 공시가격 하락률은 6.3%.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3% 올라 대조를 이뤘다. 정부 부처 이전이 본격화된 세종시가 8.9%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혁신도시 건설, 산업단지 개발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경북(7.3%) 울산(6.5%)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중대형일수록, 집값이 높을수록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1억 원 이하 주택은 1.4∼3.4% 올랐지만 1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모두 내렸다. 특히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는 10.3%, 9억 원 초과는 11.3%나 하락했다.
공시가격이 하락한 서울 등 수도권 고가 주택은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가구 1주택 기준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지난해 7만3789채에서 올해 5만2180채로 29.3% 줄었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빌라맨션(전용면적 229m²)의 보유세는 지난해 약 351만 원에서 올해 약 216만 원으로 135만 원 정도(38.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0억4800만 원에서 올해 7억8500만 원으로 25.10% 하락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124m²)는 올해 공시가격(9억400만 원)이 작년보다 13.7% 하락해 보유세(약 261만 원)는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공시가격이 11% 낮아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로얄팰리스(208m²)도 세 부담이 21% 정도 줄었다.
공시가격이 뛴 세종, 경북, 울산 등 지방도 가격 상승에 비해 세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 인상 상한선인 5% 적용을 받는 3억 원 이하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세종시 부강면 대광(59m²)은 공시가격이 22% 이상 급등했지만 세금은 약 4만2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5% 상승한다. 울산 북구 호계동 해맑은빌(51m²),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대림한숲타운 1차(84m²)도 공시가격이 각각 7% 안팎 올랐지만 세금은 5% 상승해 추가 부담이 1만 원 미만에 그쳤다.
연립주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273m²)는 공시가격 54억4000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3.8% 올라 2006년 첫 공시 이후 8년 연속 최고가를 유지했다.
2위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265m²)로 42억7200만 원이었다. 고가주택의 ‘대명사’였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244.7m²)는 32억4800만 원으로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와 함께 전국 251개 시군구에서는 1월 말 발표된 국토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개별 단독주택 398만 채의 공시가격을 30일 공개한다. 개별 단독주택은 전국적으로 2.5% 올랐다.
박재명·정임수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