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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실세 수사 신호탄인가

입력 | 2013-04-30 03:00:00

■ 검찰, 원세훈 前국정원장 소환조사




전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의 서막이 올랐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출범 11일 만에 전 정권 최고 실세 중 한 명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허물’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의 정점에 선 인물인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그는 직원들에게 4대강 사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 주력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다는 의심을 받아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하는 등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온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은 29일 오전 10시경 검찰에 출석해 조사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조사를 받았다. 원 전 원장이 검찰에 별도로 제출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흘 전인 26일경 원 전 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성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 전문가인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특별수사 전문가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결합은 전례 없는 일로 평가된다. 검찰 공안과 특수수사의 시너지를 통해 전 정부 사정의 신호탄 성격의 수사를 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사 방식도 이례적이다. 검찰 공안부나 특수부가 해 오던 통상의 선거 수사나 부패·비리 수사와는 다른 방식이다. 통상의 중요 수사라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소환과 형사처벌은 마무리 단계의 일이다. 원 전 원장을 수사 초기 소환한 것은 댓글 활동의 전체적인 구조와 성격을 먼저 파악해 수사 구도를 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3차장 산하의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까지 초기에 소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로까지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비리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지만 국정원에 최근 꾸려진 원 전 원장 비리 의혹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가 수사팀으로 넘어올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 출범 이후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제보도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현 정부 내부에서도 ‘문제의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정원이 자체 감찰을 통해 원 전 원장의 재직 시절 비위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원 전 원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충실히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다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조사의 핵심은 댓글 활동이 국정원법 3조 1항 1호에 규정된 고유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댓글 활동 중에 이 조항이 규정한 ‘정도’를 넘은 사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사실상 국정원법 3조 1항 1호를 적용해 국정원의 업무 범위를 처음으로 특정 짓는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장선희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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