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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극우파는 사회불만세력… 한국에 화풀이”

입력 | 2013-04-30 03:00:00

[日 전문가가 본 일본 우경화]<중>日극우 움직임 추적해온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 씨




일본의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 씨가 29일 도쿄 동아일보 지사에서 일본의 극우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최근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극우세력들도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우향우’ 하는 정치권뿐 아니라 극우 세력을 묶어주는 인터넷의 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프리랜서 언론인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씨는 29일 “최근 극우의 주장이 도를 넘어섰다”며 “일반인의 무관심 속에 극우단체 회원이 점점 늘어난 데다 그들의 주장에 제동을 걸 장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도쿄(東京) 동아일보 지사에서 현재 일본 극우단체의 움직임을 이같이 진단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극우적 언행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은 아베 총리뿐 아니라 극우단체들도 단골로 주장하는 내용들이다.

야스다 씨는 “극우 세력은 인터넷으로 힘을 키웠지만 도리어 인터넷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극우 단체의 집회 장면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일본 국내외에서 극우를 혐오하고 그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 극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맞다. 요즘 시위 때면 ‘한국인을 죽여라’ ‘강간하라’ ‘말살하라’ ‘목을 잘라라’라고 하는 섬뜩한 구호들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일부 시위대가 그런 험악한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극소수였다. 지금은 마이크를 사용해 당당히 주장할 정도로 훨씬 과격해졌다.”

―왜 이렇게 과격해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상륙, 쓰시마(對馬) 시 불상 반환 문제 등을 내세운 극우 세력들이 뭉치고 있다. 일반인들은 괜히 이에 말려들기 싫어하기 때문에 내버려뒀다. 미디어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극우가 과격해지는 건 필연적이다.”

―누가 그런 시위를 벌이나.

“대부분 재특회(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회원이거나 지지자다. 극우단체들이 수없이 많지만 대부분 회원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재특회는 현재 1만3000명의 회원을 가진 독보적인 극우단체다. 회원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재특회 회원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연령 성별 직업 등이 다양하다. 중학생에서 70세까지 있다. 도쿄대를 졸업한 샐러리맨, 주부도 있다. 공통점이 2개 있다. ‘이 사회가 살기 힘들다’고 느끼고 마음이 병약한 사람들이 모였다. 불만에 가득 찬 이들은 그 불만을 재일 한국인에게 쏟아낸다.”

―그들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인가.

“두 가지 모습이다. 첫째 미개한 한국이다. 한국에 가면 얻어맞거나 강간당한다고 믿는다. 둘째 위대한 한국이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의 우수한 직장을 다 차지하고 일본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이 말을 하며 야스다 씨는 최근 재특회가 배포한 전단지를 보여줬다. ‘일본인 차별을 없애자’는 제목 아래 재일 한국인의 특권으로 △일 안 해도 연간 600만 엔(약 6800만 원) 수입 △세금을 내지 않음 △의료, 수도 무료 등을 열거했다. 모두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 재특회는 재일 한국인들이 특권을 누리는 반면 일본인들은 차별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실을 믿을까.

“재특회 회원에게 불만의 대상을 물으면 한국 북한 중국 그리고 언론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일본 언론이 모두 좌익이고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여긴다. 대신 인터넷을 신봉한다. 스스로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일장기를 불태우는 영상이 있다고 치자. 재특회는 재빨리 그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 그걸 본 재특회 회원들은 한국인 모두가 그런 짓을 한다고 믿어버린다. 단언하건대 인터넷이 없었으면 재특회도 없었다.”

―일반인들은 재특회의 만행을 보고만 있나.

“작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로운 움직임이 나왔다. ‘재특회 너희들은 일본의 수치다’라는 의견이 인터넷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본을 떠나야 할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재특회 회원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재특회가 시위를 벌이면 맞불 집회를 연다. 최근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선 재특회 회원 약 200명이 모였는데 반대자가 300명이나 모였다. 반대자 중에는 한국을 싫어하는 우익들도 있다. 하지만 그 우익들조차도 ‘재특회는 너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움직임이 없나.

“미묘하다. 일부 정치인은 재특회에 편승한다. 인터넷 여론을 의식해 ‘다케시마’ 문제, 헌법 개정 문제 등을 매우 강경하게 말하는 것이다. ‘재일 외국인에게 생활보호비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일부 정치인은 재특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민주당 의원 등 10여 명은 재특회 시위 장소에 가본 뒤 이를 ‘문제’라고 판단하고 이런 활동을 막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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