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처 배상 청구 현실화… 피해 눈덩이
朴대통령 “개성공단 업체 지원에 최선”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관련 기업과 근로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실질적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정부와 민간이 추산하는 피해액이 현저히 차이 나는 데다 현행법상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도 매우 좁아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 정부 9500억 원 vs 민간 5조∼6조 원
다른 섬유업체 A사의 대표는 “개성공단에 원부자재 25억 원어치가 묶여 있고 바이어들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도 25억 원이나 된다”며 “설비투자액 90억 원 중 경협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45억 원에 그쳐 지금까지 누적 손실액이 95억 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회장은 “부품소재 업체의 기계는 매우 민감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관리 인력까지 모두 철수해 며칠 안에 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전력, KT, 한국수자원공사 등 개성공단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진출했던 기업들의 피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전이 총 480억 원을 투자해 지은 10만 kW급 평화변전소와 철탑 48기, 154kV급 송전선 등은 공단이 폐쇄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2005년 개성지사를 세운 KT 측도 “땅과 건물, 통신 인프라를 설치한 비용과 향후 잃을 수 있는 사업 기회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주기업들의 피해 보상이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에 큰 차이가 있어 향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개성공단 피해액을 약 1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통일부가 집계한 인프라 구축비 및 설비투자액 9500억 원에 기업들의 소규모 설비투자액을 합한 것이다.
○ 27곳은 경협보험에도 안 들어
현행법상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통행이 1개월 이상 차단됐거나, 현지 생산이 1개월 이상 불가능하게 된 경우 수출입은행의 경협보험과 교역보험, 중소기업청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건질 수 있는 금액은 적다.
경협보험 적용 대상은 지분, 대부 등 자산에 대한 평가금액이다. 최초 투자액에 관계없이 현재 자산가치만큼만 보상받을 수 있다. 또 보험이 적용되는 최고 금액이 70억 원인 데다 실제 이 금액의 90%만 받을 수 있어 투자액이 큰 기업엔 불리하다.
경협보험에 들지 않은 기업도 27곳이나 된다. 부품소재업체 B사 대표는 “2007년 개성공단에 입주할 당시 개성법인이 자본잠식 상태였고 적자에서 벗어난 지도 얼마 안 된 데다 연간 2000만∼3000만 원의 보험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보험에 들지 못했다”며 “우리는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현행법상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지자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에는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바 있다.
강유현·정호재·김유영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