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본격화… 만기연장으론 역부족
개성공단 철수로 조업이 중단된 123개 입주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1조2000억 원 중 9500억 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이 이자를 연체하는 등 입주기업의 자금난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출 및 연체 현황’ 자료를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은 2005년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모두 1조2011억 원을 연 1.9∼15% 금리로 빌렸다. 전체 대출액의 약 80%인 9505억 원이 올해 만기를 앞두고 있어 기업들이 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9일 은행권에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출금 회수를 자제하라고 권고했지만 입주기업이 이자를 연체하면 은행이 고율의 연체이자를 물려 자금 압박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힘들다.
은행 관계자는 “업체가 이달 말까지 이자를 내면 원금 만기를 연장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성공단 업체들도 연 9∼14% 높은 금리로 빌린 자금의 상환일이 올해 안에 돌아온다.
현재 은행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입주업체들에 추가 대출을 해주거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의 빚이 1조 원에 육박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