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과 모스크바서 정상회담… 평화조약 체결교섭 재개 합의쿠릴 4개섬 반환협상 함께 진행… 외교-국방장관 회담도 정례화
아베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평화조약 체결 교섭을 재개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평화조약 체결의 전제조건인 쿠릴 4개 섬 반환과 관련해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 작성을 가속화하도록 각국 외교부에 지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또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포함해 접촉을 확대하고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담)을 주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일본이 2+2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미국, 호주에 이어 러시아가 세 번째로 중국 포위망 구축의 결정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내년에 일본에 초대했다”며 “이번에 양국 정상 간에 신뢰관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러 양국이 쿠릴 4개 섬 반환 협상에 성공하면 동아시아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등에 업은 러시아의 극동아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 중국은 물론이고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일본과 러시아는 1956년 일-소 공동선언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평화조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쿠릴 4개 섬 반환 문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
쿠릴 4개 섬은 홋카이도 동북쪽 쿠릴 열도 최남단의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 이투루프(에토로후·擇捉) 시코탄(시코탄·色丹) 하보마이(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이 점령했다. 소련은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과 하보마이 2개 섬 양도를 약속했으나 일본 정부가 4개 섬 일괄 반환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국은 2개 섬 양도를 약속한 공동선언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4개 섬 반환을 요구하면서도 2개 섬, 3개 섬 우선 반환, 면적 2등분 등 다양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섬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며 전면 반환 주장을 경계했다. 아베 총리는 “총리의 결단이 없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협상안을 챙기겠다”고 말해 러시아와의 대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