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
지적인 말장난과 신경질적인 유머를 영화에 쏟아내는 ‘로마 위드 러브’의 우디 앨런 감독(오른쪽).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18일 개봉한 그의 신작 ‘로마 위드 러브’도 28일 현재 11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이번 영화의 흥행 요인은 뭘까. 로마를 배경으로 다양한 커플들이 엮어내는 로맨스와 기발한 상상력이 흥미롭다. 각각의 인물들은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신혼여행을 왔다가 호텔방에 찾아든 콜걸과 인연을 맺는 새 신랑. 반면 새 신부는 거리를 걷다가 평소 좋아하던 배우를 만난다. 평범한 직장인은 자고 나니 스타가 돼 있고, 예비 사돈을 만난 한 남자는 자신이 샤워 중 부르는 아리아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게 된다.
그는 ‘애니 홀’(1977년)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을 탄 적이 있지만 미국에서도 주류는 아니다. 뉴욕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상업영화에서 한발 비켜 서 있다.
‘마이티 아프로디테’(1995년)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만 봐도 그의 작품은 대중적이지 않다. 영화는 히스테리를 부리는 인물들이 늘어놓는 넋두리로 가득 찬 느낌이다. 국내에서 그는 영화보다 자신이 입양한 한국계 딸 순이와 결혼한 것으로 더 눈길을 끌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로마 위드 러브’도 이전 영화들처럼 우디 앨런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한국 관객의 취향이 변한 것은 아닐까. 반쯤 벗어진 머리에 큰 뿔테 안경을 쓴 신경질적인 노(老)감독의 수다스러운 유머와 말장난을 받아들일 만큼 문화적 취향이 다양해진 걸까. 아니면 그 나이에도 “죽을 때까지 사랑의 욕망에 충실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말해 온 그의 솔직함을 좋아하게 된 걸까. ‘우디 앨런 신드롬’은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문화 현상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