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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형태 차분한 색조… 시간이 멈춘 풍경

입력 | 2013-04-30 03:00:00

화가 임동승 ‘친숙한 것들에 관하여’전




화가 임동승 씨의 ‘양수리에서’. 리씨갤러리 제공

풍경도 인물도 흐릿하다. 수평으로 가로지른 붓질로 살짝 그림을 지워낸 듯 어렴풋한 형태와 차분한 색조가 어우러진 그림은 고요함과 쓸쓸함을 품고 있다. 언뜻 기억과 회상 속 공간과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서양화과에서 미술을 전공한 임동승 씨(37)의 회화는 어찌 보면 불친절하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과 익명의 얼굴은 뚜렷한 단서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한데 그런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미묘한 울림을 변주하면서 가슴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푸생의 역사화, 벨라스케스의 초상화, 페르메이르가 그린 인물, 세잔의 풍경화 등 ‘시간의 흐름을 동결시킨 것처럼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에 매혹된다는 작가. 서울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열리는 ‘친숙한 것들에 관하여’전에서 그는 너무 익숙해서 굳이 생각하거나 따져보지 않는 주변의 사물을 화두로 삼아 회화의 본질을 자문자답한 작품을 선보였다. 흐릿하게 표현한 인물과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채집한 그림 속에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도전정신이 스며 있다. 5월 11일까지. 02-3210-046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