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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이 된 입체 ‘조르주 루스전’, 입체가 된 평면 ‘세계팝업아트전’

입력 | 2013-04-30 03:00:00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열리는 ‘조르주 루스-공간·픽션·사진’전에 선보인 설치 프로젝트 앞에 선 작가. 전시장에 가벽을 세우고 삼각형 원형 정사각형을 일렬로 배치한 작품 속을 관객이 걸어 다닐 수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글자 ‘꿈’이 반겨준다. 천장 기둥 바닥에 아무렇게나 붙여놓은 듯한 빨강 시트지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져 완성한 단어다. 전시장에는 건물과 기하학적 도형이 어우러진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낯선 풍경이 얼핏 포토샵 기법으로 합성한 이미지 같지만 치밀한 의도에 따라 실제 공간을 변형해 그 결과를 기록한 사진이다.

예술의전당이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조르주 루스-공간·픽션·사진’전은 색다른 시각적 퍼즐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의 조형사진작가 루스 씨(66)는 의대 졸업 후 건축 사진가로 활동하다 건축 회화 조각 사진을 아우른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낡고 버려진 공간을 찾아서 시간과 인력을 들여 건물을 부수고 덧짓고 페인트칠해 장소의 의미를 재해석한 사진이다. 예술의 근원에 자리한 평면과 입체, 실제와 환영의 관계를 다루는 주제의식에 재미를 보탠 작업이다. 25일까지 한가람미술관. 2000∼5000원. 02-590-1300

조르주 루스전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거스른 역발상을 보여주듯 ‘세계팝업아트’전도 아날로그적 감성에 대한 갈증을 채워준다. 책장을 펼치면 입체적 조형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을 화두로 2D와 3D를 넘나든 작품을 볼 수 있다. 19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만∼1만2000원. 02-730-4360

○ 조르주 루스의 공간 변형

조르주 루스전에선 예술의전당이란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새롭게 창작한 3개 설치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설치작품 ‘꿈’, 전시실에 가벽을 세우고 파란색의 삼각형 원 정사각형을 일렬로 배치한 작품, 오페라극장 앞에 철골과 각목으로 세운 ‘피라미드’가 그들이다. 창작 원리와 작업 과정을 소개하면서 관객이 회화적 공간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작업이다. 열린 공간도 닫힌 공간도 아닌 피라미드는 풍경 속 드로잉처럼 다가온다.

“나는 어떤 공간도 소유하지 않으며, 그 어떤 공간도 영원하지 않다. 나의 관심사는 공간의 변형에서 발생하는 시(詩)적 순간을 나누고 나라 지역 도시에 따라 다른 잠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철거를 앞둔 공장과 낡은 왕궁 등 세계 곳곳을 찾아 제작한 사진은 다양한 선과 면이 만들어낸 뜻밖의 움직임과 조형미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텅 빈 공간을 입체적 캔버스로 자유자재로 활용해 완성한 평면의 사진이 색다른 추상회화처럼 느껴진다.

○ 3차원 조형물로 변하는 종이책

미국의 팝업 아티스트 브루스 포스터의 ‘해리 포터 팝업북’. 아트센터 이다 제공

‘세계팝업아트’전은 2차원 종이책이 수공예적 노동을 거쳐 3차원 조형물로 변신하는 마법의 세계를 보여준다. 종이를 접거나 오려서 책을 펼쳤을 때 이미지가 튀어나오는 팝업북을 중심으로 13세기부터 현대까지 팝업의 역사와 다양한 기법들, 디자인 현대미술 광고와 연계된 팝업 아트를 다채롭게 선보여 전시 내용이 풍성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명작동화를 소재로 만든 책과 더불어 어른을 위한 판타지와 호러 팝업북도 선보였다. 호주의 팝업 아티스트 벤자 하니는 예술과 산업의 만남을 팝업 아트로 보여주고, ‘해리 포터’ 팝업북으로 알려진 미국의 브루스 포스터는 5월 4, 5일 팝업북 워크숍을 연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