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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프로그래밍 배운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 출범

입력 | 2013-04-30 17:47:22


국내에서 '컴퓨터 교육'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상당수의 사람들이 컴퓨터 교육이란 실업계 학생들이 받는 직업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배우는 정도로 협소하게 여기곤 한다. 컴퓨터는 게임하고 노는 것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거나, 대학 입시와 관련이 없으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며, IT는 미래를 이끄는 주요 산업이다. 이런 추세에 컴퓨터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컴퓨터 교육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 실제로 컴퓨터와 관련된 교육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IT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토요일 오후나 방과 후에 근처 초중고교에서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자원봉사로 가르쳐주는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출범했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 발기인 대회는 서울 도곡동 KAIST SW대학원에서 26일 열렸다. 이번 행사는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인 앱센터 운동본부가 주최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이 후원했다.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이날 행사 세미나에서 성균관대 안성진 교수는 국내 컴퓨터 교육 실태를 지적하고, 해외 컴퓨터 교육 사례를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 제도권 교육 과정에서 정보과학적 사고 기반 교육을 시행하는 교과는 정보과학교과가 유일하다. 안 교수는 "하지만 이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에는 '일반 과목'’과 '심화 과목'이 있다. 그 중 심화 과목은 일반 과목을 들은 후에 교육받을 수 있는 교과 과목이다. 정보과학은 심화 과목으로, 학생들이 이를 수강하려면 일반 과목인 '기술가정'을 먼저 배워야만이 비로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가정 과목을 듣더라도 정보과학을 채택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구성되어 있다. 국내 공교육이 대학 입시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정보과학교과가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내년에는 정보과학 교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더욱 떨어져 약 10%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반고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또한 정보과학 교육이 취업이나 대학 진학에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특성화고는 취업률을 중점으로 두고 있으며 국내 고졸 채용은 금융권과 상업 분야에 치우쳐 있다. 결국 정보과학을 배운 학생들도 IT 분야보다는 금융권과 상업 분야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현실이 이렇다 보니, IT 분야 진출을 꿈꾸는 상위권 학생들은 졸업 후 해외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컴퓨터 교육 부재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국내 4개 대학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공자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입학 커트라인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IT 경쟁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은 다르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정보과학을 초등학교부터 필수 교과로 지정해 놓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IT 소양을 갖추도록 돕는다. 중고등학교는 개념과 교육 위주로 컴퓨터 교육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컴퓨터를 통해 미디어 문서나 작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자기 자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교육한다. 이렇듯 컴퓨터 교육이 평소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데 유용한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이공계에 진출하지 않는 학생들도 컴퓨터 교육을 통해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컴퓨터 교육을 통해 IT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조기에 발견하고, 이들 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정보과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IT 인재로 키운다.
 
이에 안 교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정보과학 과목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소프트웨어 인재육성 종합 계획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 대학에서 정보과학적 사고를 가진 신입생을 우대하는 전형을 만들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정보과학을 추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보과학고등학교를 신설하거나, 과학고등학교를 정보영재학교로 전환하거나, 일반 특성화고에 소프트웨어 학과를 신설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 제공하고, 국내 IT 산업 키운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은 토요일 오후나 방과 후에 근처 초중고교에서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자원봉사로 가르쳐 준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은 대학 교수 및 IT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하며, 이미 시범 교육에 참여한 바 있다. 1년차(2013년 2학기)에는 초중고 100개교(연 인원 2,000명, 강사 100명), 2년차(2014년)에는 초중고 300개교(연 인원 6,000명, 강사 300명), 3년차(2015년)에는 초중고 400개교(연 인원 8,000명, 강사 400명)로 늘려가는 것이 목표다. 또한 강의실 교육뿐만 아니라 1박 2일 여름 캠프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앱센터 김진형 이사장은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공교육을 대신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교육을 통해 원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공교육에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자 할 때, 교육봉사단이 겪은 경험을 교육계에 전달해 도움이 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컴퓨터 교육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 학부모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교육봉사단 활동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강성주 융합정책관은 "미래 경쟁력과 ICT 산업 발전에 있어 소프트웨어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라고 격려사를 남겼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 및 IT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 말미에는 참가자들이 이름표 뒤에 정책 제안과 소망을 적어 나무에 다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많은 이들의 바람을 담은 이 나무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송부된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IT 강국이다"라고 말한다. 여느 나라에 비해 IT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IT 서비스나 제품 보급률이 높고,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국내 기업이 세계적으로 조명 받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IT 기자의 시선에서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아직은 멀었다고 본다. IT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나 IT 교육의 질, IT 종사자의 근무 환경 등이 열악한 탓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에는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분위기로 인해 IT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또한 국내 IT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 IT 업계가 노동 강도에 비해 보상이 적고 직업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때문에 국내에는 현재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장밋빛 미래상을 그리려면 IT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일부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라고 간주하고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대학 입시 위주의 환경에서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IT 업계의 근무 환경이나 대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컴퓨터 교육을 적극 지원할 이유가 없게 된다.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생각보다 크고 험난하겠지만, IT 기자로서 봉사단이 순항하길 바란다. 이번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은 IT 교육의 부재를 해결하고 IT 인재를 육성하고자 출범했다. 특별한 대가나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오직 국내 IT 산업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를 자처한 이들이 모였다. 그 때문인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비록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의 노력이 거듭된다면 국내 IT 산업의 미래는 점차 밝아질 것이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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