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7주 맞은 변영섭 문화재청장 첫 단독 인터뷰
‘반구대 청장’의 반구대 사랑 지난달 26일 오후 기획특별전 ‘그림으로 쓴 역사책 국보 반구대 암각화, 물속에 잠깁니다’(∼5월 19일)가 열리고 있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암각화 탁본은 임세권 안동대 교수가 1973년에 제작한 것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교수로 재직하다 처음으로 관직에 나섰다. 그것도 문화재청장이란 막중한 자리다.
“여러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회는 중요하지 않다. 평생 문화를 공부하고 문화재에 관심을 쏟아왔으니 아주 바뀐 건 아니다. 다만 강단에선 이상을 논하고 그것을 실천할 방법론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는 입장이란 것만 다를 뿐이다. 솔직히 정치나 관직에 관심이 없었기에 지금도 거창한 포부는 없다. 하지만 문화와 문화재에 대해 좀 더 깊고 치열하게 고민할 기회를 얻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직원들은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남성이건 여성이건 청장으로 일하는 건 본질적으로 똑같다. 성별에 초점을 맞춰서 에너지를 써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여성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 꼼꼼하면서도 대화로 일을 풀어나가려 노력한다. 반구대 역시 울산시와 대립하는 게 아니라, 화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 청장’이란 별명은 들어봤나. 전담 TF(태스크포스)도 꾸렸다.
“그렇게 부르는 줄 몰랐다.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 반구대는 올해 또 물에 잠긴다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조선왕조실록을 물에 젖게 내버려둘 수 있나. 지금 반구대는 암석이 약해져 종이를 물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지 이것이 울산시민들과의 대립으로 보일까봐 걱정스럽다. 절대 서로를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해결 방향에서 입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TF는 물론 문화재청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해 줘서 감동했다. 안에 들어와 보니 정말 열심히 한다.”
―울산시와 갈등을 빚는 것은 사실 아닌가. 지난 현장설명회 때도 박맹우 울산시장이 거세게 항의를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반구대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별다른 언질은 없었나.
“따로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 임명장을 받을 때 돌아가며 한마디 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문화재의 맏형, 그림으로 쓴 역사책을 살릴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통령이 바로 ‘반구대 암각화’ 하고 반응하시더라. 원래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극하신 분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하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감명받았다.”
―문화재청은 산적한 현안이 많다. 너무 반구대에 ‘다 걸기(올인)’하는 거 아닌가.
“그만큼 시급하니까 이러는 거다. 또 취임 때부터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등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펴왔다. 그런 의미에서 반구대를 모범 사례로 세우고 싶다. 반구대 문제가 이렇게까지 된 데는 관리나 보존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와의 혼선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 반구대를 시작으로 국가지정문화재는 국가가 관리한다는 상식적 원칙을 세우고 싶다. 반구대가 살아야 우리 문화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