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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문학 개척자 한낙원을 다시 읽다

입력 | 2013-05-01 03:00:00

보릿고개 시절… 동심에 심은 우주의 꿈




한낙원은 한국 과학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왼쪽부터 최근 출간된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 대표작인 ‘잃어버린 소년’(1963년), ‘금성 탐험대’(1967년), ‘길 잃은 애톰’(1980년), ‘별들 최후의 날’(1984년). 현대문학 제공

‘발사대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X-50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종판 오케이!” 용이가 소리쳤다. “원자 동력 상태 오케이, 산소 공급, 기압 상태 양호!” 철이가 맞받았다.’

세계연방정부가 수립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라산 우주과학연구소의 특별 훈련생인 용이와 철이, 현옥이 우주선 X-50을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나가는 모험을 그린 과학소설 ‘잃어버린 소년’의 일부다.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우주선과 세계연방정부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1959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합신문에 연재됐던 소설로 무려 반세기 전 작품이다.

한국 과학소설의 개척자로 불리는 한낙원(1924∼2007·사진)의 대표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현대문학)이 최근 출간됐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그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선집으로 묶은 것은 처음이다. 장편으로는 ‘읽어버린 소년’을 비롯해 ‘별들 최후의 날’ ‘금성 탐험대’가 실렸고, 중단편으로는 ‘길 잃은 애톰’을 비롯해 5편이 담겨있다.

한낙원은 1950년대 말부터 ‘학원’ ‘학생과학’ ‘소년동아일보’ ‘새벗’ 등 어린이와 중고교생 신문이나 잡지에 과학소설을 연재했다. 평남 용강 출신으로 6·25전쟁 중 월남해 주한 유엔군 심리작전처 공보교육국 방송부장, 월간 ‘농민생활’ ‘동광(童光)’ 주간 등을 지내며 40여 년 동안 과학소설 60여 편을 발표했다. 작가는 전쟁 후 혼란기, 1960, 70년대 급속한 산업화시기에 일찌감치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과학소설 창작에 매진했다.

“좋은 과학책을 읽으며 자라는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무척 안됐다 싶어서 오래전부터 과학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원이 없고 좁은 땅에 살면서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으니까요.”(‘길 잃은 애톰’의 저자 머리말에서·1980년)

선집을 엮은 김이구 문학평론가는 “기본적으로는 과학소설이지만 미스터리나 추리기법을 사용한 부분이 많아 지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