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손승락(오른쪽)이 또 한번 승리의 자물쇠를 잠갔다.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역대 최소경기 10세이브 기록을 세운 손승락이 포수 박동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전 9회 2사후 채태인 3구 삼진
11경기 등판만에 최소경기 10S 新
프로역대 11번째 4년연속 두자리S
염경엽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에 보답
손승락(31)에 대한 넥센 염경엽 감독의 믿음은 한결같았다. ‘마무리투수가 주자를 자주 내 보낸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손승락을 불안해한다면 다른 팀은 어떻겠느냐. 그만한 마무리투수가 또 어디 있느냐”며 반문하곤 했다. 사실이 그렇다. 손승락에게 ‘압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적은 거의 없지만, 늘 ‘건실한’ 소방수였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2010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손승락이 복귀 첫 해 세이브왕에 오른 이후, 넥센은 단 한번도 다음 시즌 마무리투수의 얼굴을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게 바로 꾸준히 제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손승락의 가치다.
그런 그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손승락은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3-1로 앞선 9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채태인을 3구 삼진으로 가볍게 돌려세우고,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본격적으로 뒷문을 지키기 시작한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역대 11번째 기록이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 해도 확실히 기분 좋은 스타트다. 일단 첫 9경기에서 연이어 9번의 세이브를 따냈다. 그 사이 팀도 상위권을 질주했다. 유일한 고비는 4월 25일 목동 두산전. 3-3 동점이던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라 기록 달성이 한 경기 뒤로 밀렸고, 설상가상으로 6연승을 마감하는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그는 팀이 4일 휴식을 취하는 동안 몸과 마음을 모두 회복했다.
손승락은 경기 후 “오늘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은 뒤 “중간 투수들이 잘 해줘서 편하게 던졌다. 내 앞에 나오는 불펜 투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현재 상황에서 세이브의 숫자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팀 승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