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관중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잠실구장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어둠이 짙게 깔린 잠실구장의 현실은 700만 관중시대 한국프로야구의 열악한 인프라를 대변하는 자화상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한화·NC 동반 승리…하위권 반란
KIA-두산 공동 1위팀 빅매치
잠실 첫 평일 만원 관중 불구
5회 클리닝타임 때 정전 사태
부실한 인프라 야구흥행 찬물
30일 오후 8시 29분. 공동선두 KIA와 두산의 시즌 4번째 맞대결이 펼쳐진 잠실구장은 5회말 종료 후 일순간 암흑으로 뒤덮였다. 조명탑과 전광판이 꺼졌고, 인터넷마저 끊겼다. 정전은 오후 8시31분까지 2분간 이어졌고, 완전 복구까지 21분이 더 지체돼 경기는 오후 8시52분에야 재개됐다. 2만7000명의 만원관중이 토해내던 열띤 응원의 함성도 23분간이나 중단되고 말았다.
○잔치 분위기 망친 정전사태
2만7000 관중은 갑작스러운 정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하나같이 휴대폰 불빛을 통해 구장 안을 밝혔다. 경기의 맥은 끊어졌지만, 다행히 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날 잠실구장은 올 시즌 처음 평일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예매분은 일찍 동이 났고, 이날 현장판매분 7000여장도 51분 만에 매진됐다. 말 그대로 잔치 분위기. 정전사태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었다.
○박진감 넘친 공동 1위의 공방
경기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3연전의 첫 단추를 꿰는 경기였던 만큼 기선을 제압하려는 양 팀 선수들의 의지가 짙게 드러났다. 두산은 토종 에이스 노경은을 내세웠지만, KIA의 막강 타선은 1회부터 득점의 물꼬를 텄다. 1회 2점, 2회 1점을 뽑은 KIA는 3회 김상현의 좌월2점홈런(시즌 2호)으로 5-0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쉽게 물러설 두산은 아니었다. 두산이 홍성흔, 박건우 등의 적시타로 추격에 나서면서 경기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으로 치달았다.
정전만큼이나 황당한 상황도 발생했다. KIA는 2회 무사 1·2루 찬스를 맞았다. 타석의 이용규는 풀카운트까지 몰고 갔다. 두산 노경은의 6구째가 원바운드로 들어왔다. 볼넷이 될 상황. 그러나 이용규는 커트를 위해 살짝 방망이를 내미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타격을 해버렸다. 타구는 두산 유격수 손시헌의 머리 위로 뜨면서 글러브 안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됐을 장면이었지만, 심판은 콜은 없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2루주자 이성우는 3루로 뛰어버렸다. 손시헌은 2루를 찍었다. 순식간에 병살이 나왔다. KIA 선동열 감독은 인필드 플라이 판정이 없었던 상황에 대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IA로선 무사만루가 될 수 있었던 찬스가 졸지에 2사 1루로 돌변했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