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 단골촬영지 종로구 평창동… 카페-둘레길 생기며 열린동네 변신
‘부촌의 메카’ 평창동 전경. 이곳엔 매매가가 50억 원에 육박하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다. 종로구 제공
3월 초 종영한 드라마 ‘야왕’(SBS)에는 여주인공 주다해(수애 분)가 친구 동생의 가정교사로 일하기 위해 친구가 사는 대저택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주다해는 친구 어머니에게서 “가난하고 재수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고 친구 어머니의 다이아몬드를 슬쩍한 뒤 집 밖으로 나와 음식물 쓰레기통에 복수하듯 던져버린다. 높은 담의 대저택이 즐비한 이 부촌의 풍경은 가난하고 볼품없는 주다해의 모습과 극명히 대비됐다.
이곳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부촌 촬영의 메카’라고 할 정도로 TV 드라마에 자주 나왔다. 드라마 ‘시크릿가든’(2011년·SBS)에서 길라임(하지원 분)과 김주원(현빈 분)이 ‘거품 키스’를 하는 장면이 이 동네의 한정식 식당에서 촬영됐다. 한정식 식당이지만 카페로 착각할 정도로 예쁘게 꾸몄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년·MBC)에서 톱스타 독고진(차승원 분)이 사는 집은 이 부촌의 한 갤러리였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년·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2011년·MBC)에서도 주인공의 집과 동네로 등장했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평창동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산비봉공원 내 속해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가 이 지역을 공원에서 해제해 주택단지 조성사업지로 결정하면서 1974년부터 고급주택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면적 8.87km², 인구 1만8000명인 평창동에는 매매가가 10억∼50억 원인 고급주택이 즐비하다.
2011년에는 북한산 둘레길 6구간이자 평창동을 가로지르는 ‘평창마을길’(5km)이 개통되면서 주민들이 좋든 싫든 폐쇄적인 부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평창동은 현재 둘레길을 걷는 시민들은 물론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보려는 관광객도 많이 찾는 동네로 변신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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