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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후 중국인에 팔려가 몽둥이 찜질… 15세 소녀 성폭행도”

입력 | 2013-05-01 03:00:00

■ ‘북한인권 국제 심포지엄’서 탈북 여성들 눈물의 증언




국가인권위원회와 고려대가 공동주최하고 동아일보 화정평화재단이 후원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서울 국제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었던 처절한 인권 유린의 피해를 증언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줄만 알았다. 중국인에게 팔려온 것을 알았을 때에는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매일 울면서 지낸 지 3개월쯤 지났을까. 다시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 브로커는 ‘애 낳고 잘 살면 된다’고만 했다. 화장실조차 못 가는 지독한 감시에 지쳐 ‘차라리 북한에 돌아가게 해 달라’고 애걸했다. 대답 대신 몽둥이찜질이 돌아왔다.”

30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서울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대회의실. 탈북 여성 박모 씨(35)가 2005년 탈북하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경험에 대해 입을 열자 회의장이 숙연해졌다. 그는 “열흘간 한 끼도 못 먹었던 생활고가 싫어 탈북한 날 인신매매 브로커의 안가에서 만난 북한 여성만 7명이나 됐다”고 토로했다. 탈북 여성들 대다수가 자유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인신매매의 덫에 갇히는 실상을 상세히 고발했다.

박 씨와 함께 증언에 나선 또 다른 탈북 여성 이모 씨도 “탈북 당시 브로커가 매일 2, 3명의 북한 여성을 안가로 데려왔다”고 했다. 그는 브로커가 15세 탈북소녀를 성폭행하는 것을 보고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며 대들었다가 다음 날 온몸이 묶인 채 차 트렁크에 실려 강제 북송된 경험도 소개했다.

○ “유엔의 북한인권 실태 조사 적극 지원해야”

국가인권위원회와 고려대가 공동주최하고 동아일보 화정평화재단이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함께 대책을 촉구하는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치범수용소에서의 고문에서부터 국군포로와 납북자들, 탈북자들이 겪는 인권 침해까지 광범위한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토론자로 나선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기반과 불안전한 리더십, 3차 핵실험 이후의 강화된 군부강경파로 인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쟁점인 개성공단 문제도 중요하지만 미래 통일을 위해 더 중요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김태훈 변호사는 “6·25전쟁 이후 최고조에 이른 한반도 위기의 본질이 북한 체제의 반인권성에서 비롯된 만큼 인권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는 것이 (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3월 설립을 결정한 북한인권조사기구(COI)의 지원 필요성도 논의됐다. 한국은 북한 인권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만큼 유엔 COI 활동의 실무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개입 의지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역대 정부들과의 획기적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국제사회가 견인하는 움직임에 끌려갈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아직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북한 주민의 삶은 위급하고 개선의 요구는 절박한데 우리는 아직 북한인권법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나치보다 더한 ‘인권무풍지대’를 향해 우리는 과연 어떤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냐”고 절규하듯 말했다. 그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히더니 한동안 울먹거렸다.

“굶주림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인권침해”

기아와 영양실조, 질병 등 사회적 권리의 침해로 인한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보고 문제 제기의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고발한 ‘감춰진 수용소’의 저자 데이비드 호크 씨는 “유엔이 COI에 조사토록 한 9가지 분야 중 첫 번째가 ‘식량에 대한 권리 침해’라는 사실은 고무적”이라며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북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특히 보수진영이 앞장서서 이를 요구한다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적 역할 분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의 강영식 사무총장도 “인도적 대북 지원은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 연계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지원 여부를 둘러싼 이분법적 논쟁을 접고 이제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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