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09년 자진 철수한 모피의류업체 ‘스킨넷’의 김용구 사장(45·사진)은 지난달 29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고 12월 북한이 남측 인원과 통행시간을 제한한 ‘12·1 조치’를 내놓자 회의가 들었다. 결정적 계기는 이듬해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 때 북한이 남측 인력의 귀환을 금지한 것이었다. 내려오기로 한 스킨넷 직원의 발이 묶이자 그의 아내와 어머니는 회사로 찾아와 “내 아들 살려내라”며 통곡했다. 개성공단을 믿지 못한 바이어들 때문에 주문량은 30% 급감했다.
이윽고 폐업 신고를 하자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당신에게 총칼을 들이댄 적도 없는데 왜 가는지 모르겠다”며 보내줬다. 김 사장은 “많은 사장들이 철수를 원하면서도 투자 금액이 너무 많아 차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사장은 현재 개성공단 상황을 ‘제2의 1·4 후퇴’라고 했다. “개성공단의 주인인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설비와 제품을 다 놓고 쫓기듯 내려왔습니다. 6·25 때 중공군에 밀려 남으로 내려온 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정부의 잔류 인원 철수 결정에 대해 “잘했다. 개성공단은 차라리 폐쇄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다 빠져나오면 건물과 설비가 북한에 남더라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치적 협상에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 경협사업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애초에 공단을 제3국에 만들거나 남북에 모두 만들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본 피해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도산하는 입주기업과 협력회사가 속출하기 전에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하루빨리 손실을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김호경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