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제조기’ 이시하라 후계자 이노세… 올림픽 유치 홍보하다 ‘이슬람 비하’ “인터뷰, 진의 잘못전달” 해명나섰다… NYT 반발에 뒤늦게 꼬리 내려
“이슬람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알라 신뿐이다. 서로 싸움만 하고 있다. (신분제) 계급도 있다.”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일본 도쿄(東京) 도지사의 이슬람 비하 발언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국가 재도약 프로젝트로 삼고 있는 일본 사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노세 지사는 ‘망언 제조기’로 통하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가 지난해 지사직을 사임하면서 후계자로 지명한 인물이다. 논픽션 작가 출신으로 2007년 이시하라 당시 지사에게 부지사로 발탁돼 행정가로 변신했다.
이노세 지사는 지난달 26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와 올림픽 유치 경쟁 도시인 터키 이스탄불을 비교하면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그는 “청소년 인구 비율이 높은 이스탄불이 유치에 유리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젊은 사람은 많을지 모르지만 빨리 죽는다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또 고령자 건강 유지와 관련된 일본의 인프라를 자랑한 뒤 “터키 사람들이 장수하고 싶다면 일본 같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커지자 이노세 지사는 지난달 29일 “내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인터뷰의 맥락과 다른 기사가 나온 것은 유감이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NYT가 발끈했다. NYT는 편집 간부회의 담화를 발표하고 “기사에 완전한 자신감이 있다. 기사는 도지사 측 통역의 말을 썼고 그 말은 녹음돼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노세 지사는 30일 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정하고 싶다. 이슬람권 사람들에게 오해를 부를 표현으로, 면목이 없다”고 꼬리를 내렸다.
올림픽은 일본에서 전성기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일본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3배로 늘었다. 그런 만큼 올림픽 재유치는 일본 부활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IOC의 유치도시 평가단이 지난달 도쿄를 방문하자 이들 앞에서 1964년 도쿄 올림픽 테마송을 직접 부르며 공을 들였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는 이들을 급히 초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발언 파문이 일자 일본 사회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2016년 올림픽 유치전 때도 IOC는 이시하라 당시 지사에게 몇 번이나 발언에 주의할 것을 설명했다”며 곤혹스러워하는 관련 공무원의 분위기를 전했다. 2020년 여름올림픽은 9월 7일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현재 도쿄와 이스탄불, 스페인 마드리드가 경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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