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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미니미룩 두둥실, 부모 패션 닮아가는 아동복 트렌드

입력 | 2013-05-02 03:00:00


미니미룩: 버버리칠드런의 트렌치코트로 영국 신사처럼 멋을 낸 데이비드 베컴의 둘째 아들 로미오(왼쪽). 버버리코리아 제공

든든한 세 아들을 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이 그토록 딸을 원했던 건 대를 이어 자신의 패션 감각을 물려줄 ‘XX’ 유전자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빅토리아 베컴은 이미 어린 딸과 같은 색깔 또는 같은 소재의 옷으로 은근한 ‘커플 룩’을 연출하며 남다른 패셔니스타 모녀의 포스를 과시하고 나섰다. 베컴 부부를 ‘딸바보’로 만든 하퍼 세븐 베컴(2)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되는 엄마의 옷장도 물려받게 될 터. 꼬마 베컴 양은 몇 살 때쯤이면 자신이 얼마나 큰 복을 타고났는지 깨닫게 될까.

할리우드 패션을 대표하는 ‘귀요미’는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의 딸 수리 크루즈(7)다. 아기 때부터 수많은 대중 매체의 집중 조명을 받아 온 수리 역시 ‘아동틱한’ 옷 대신 어른 옷을 축소한 듯한 ‘미니미(mini-me) 패션’으로 매년 성인 패션 트렌드에 부합하는 세련된 옷차림을 선보여 왔다.

국내에서도 스타 자녀발(發) 아동복 트렌드가 감지되니,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영향이 크다. 한 고급 수입 아동복 업체 관계자는 “아동복은 방송에 노출될 기회가 흔치 않은데 부모 및 어린이가 모두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모처럼 생기다 보니 출연하는 스타 자녀들에게 협찬하려고 애쓰는 브랜드가 많다”고 전했다.

모든 엄마에게 내 아이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스타’다. 그래서 엄마들은 놀라운 ‘검색 신공’을 발휘해 전 세계 아동복 쇼핑몰을 뒤지고, 오프라인 매장을 누비며 발품 파는 것을 수고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A style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엄마들의 마음을 홀릴 새 봄 아동복 트렌드를 짚어봤다.





▼ 英美스타 가족의 붕어빵 패션, 한국의 5월 점령할 기세 ▼

입고 활동하기 편한 게 최고 가치로 꼽히는 아동복 업계에도 엄연히 트렌드가 있다. 특히 엄마 아빠와 비슷한 스타일로 통일해 입는 ‘패밀리룩’의 인기로 아동복과 성인 패션의 시간차는 간격이 줄어든 지 오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컬러 트렌드 업체 ‘디자인옵션스’는 최근 올 봄·여름 아동복 트렌드 테마 3가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첫 번째 테마는 ‘아트(art)’와 ‘굉장한(outrageous)’이란 두 단어를 조합한 ‘아트레이저스(Artrageous)’다. 다양한 원색을 스트라이프, 원 등 강렬한 문양으로 조합한 스타일이다. 두 번째는 분홍 노랑 파랑 등 아동복에서 자주 쓰이는 색상을 네온(야광) 스타일로 표현한 ‘일렉트릭 에버뉴(Electric Avenue)’다. 이와 반대로 데님과 면 등 편안한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빛에 바랜 듯한 회색, 베이지색 등을 내는 ‘페이디드 글로리(Faded Glory)’도 메가 컬러 트렌드 중 하나로 꼽혔다.

미국과 유럽의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아동복 라인 트렌드는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화이트=‘블루마린’ 등이 선보이는 여아 아동복에서 자주 등장. 편안하게 집에서 입는 옷에서부터 중요한 이벤트 때 입을 고급 소재의 옷까지 고급스럽고 순수한 느낌의 화이트 열풍 지속.

▽레이어링=봄 기온이 예년보다 차가운 가운데 ‘로베르토 카발리 주니어’ ‘페이 주니어’ 등 조끼나 스카프 등으로 겹쳐 입기 트렌드를 선보이는 실용적인 브랜드가 증가.

▽탠저린 레드=빨간색이 많이 섞인 오렌지색이 아동복의 주연 또는 조연 색상으로 자주 등장.

▽1950년대 스타일=남자 어린이들의 경우 밑단을 접어 올릴 수 있는 롤업 데님에 캐시미어 스카프나 카디건, 조끼 등으로 1950년대 풍의 신사 패션을 완성. 스트라이프 패턴과 감색으로 해군복 같은 마린룩을 완성.

국내에서도 이 같은 메가 트렌드를 바탕으로, 잔가지를 친 트렌드들이 봄, 여름 아동복 패션에 한껏 묻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유독 거세게 불고 있는 캠핑 등 아웃도어 수요의 증가가 키즈 아웃도어 신드롬을 빚게 된 것처럼 한국적인 특수성도 가미됐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키즈 라인은 물론이고 아동복 브랜드들도 아웃도어 라인을 따로 출시하면서 올봄 아동복 브랜드의 아웃도어 상품 비중이 지난해 봄 20%에서 40%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아웃도어 활동이 가족 단위로 진행되면서 패밀리룩에 대한 인기가 더욱 높아지는 것도 특징. 낮은 출산율의 영향으로 한 자녀에게 소비가 집중되면서 ‘랄프로렌칠드런’ ‘빈폴키즈’ ‘MLB키즈’ 등 일반 아동복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또 하나의 트렌드로 꼽힌다.

미니미룩: 어른들의 옷을 어린이 버전으로 사이즈를 압축한 것 같은 ‘미니미룩’. 전형적인 아동복이라기보다 어른들의 외출용 패션처럼 세련된 느낌이다. 모델=키즈플래닝 박경원(남)·임예솔(여)

미니미룩


아동복을 고르는 것은 대개 부모의 몫이다. 어쩌면 이 시기가 부모 마음대로 옷을 골라줄 수 있는 유일한 때인지 모른다. 최근에는 부모들이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히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온 가족이 한 브랜드 안에서 맞춰 입을 수 있는 패밀리룩이 등장하고 엄마 아빠의 축소판인 미니미룩이 인기인 것도 이 때문이다.

A style은 새 학기를 맞아 단정한 프레피룩(preppy look)을 연출해 봤다. 남자아이는 소매와 깃 부분이 하얀 파란색 남방에 네이비 색상의 브이넥 조끼를 매치했다. 남방과 조끼, 스트라이프 보타이는 빈폴키즈, 베이지색 팬츠는 펜디키즈, 네이비색 신발은 어그오스트레일리아 제품.

여자아이는 하얀색 원피스에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매치해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분위기는 그린 옐로 패턴의 플랫슈즈로 살렸다. 트렌치코트와 카멜색 크로스백은 빈폴키즈, 원피스와 헤어밴드는 펜디키즈, 플랫슈즈는 갭키즈 제품. 강아지 인형과 목줄은 MCM 제품이다.
어번시크(urban-chic) 패턴

귀엽고 깜찍하기만 한 아동복이 세련되고 감각적인 ‘어번시크룩’으로 변하고 있다. 복잡한 장식들은 최대한 줄이면서 패턴과 색상으로 적절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요즘 패션계에 불고 있는 프린트 열풍이 아동복에도 영향을 미쳐 꽃무늬, 그래픽, 기하학적인 프린트로 강조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의할 점은 프린트가 화려한 의상에는 파스텔이나 하얀 색상의 옷을 함께 매치해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

남자아이는 그린과 블루 색상을 적절히 섞어 봄맞이 아웃도어룩을 완성했다. 그린 집업 후드 바람막이 점퍼는 빈폴키즈, 블루 스트라이프 긴팔 티셔츠는 세인트제임스 바이 플랫폼플레이스, 그린 스트라이프 반바지는 쁘띠바또, 블루 하이톱 운동화는 컨버스 제품이다.

여자아이는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와 신발로 멋을 냈으며 깔끔한 화이트 바람막이 점퍼로 강약을 조절했다. 점퍼는 몽클레르키즈 바이 분주니어, 원피스 및 슈즈는 갭키즈 DVF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제품. 깜찍한 인형은 ‘블라블라’ 제품(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패턴으로 포멀한 느낌을 주는 방법도 있다. 남자아이는 단조로운 느낌의 밝은 베이지색 팬츠와 라임색 티셔츠에 얼룩덜룩한 군복 느낌의 카무플라주 재킷을 매치해 활동성을 살렸다. 재킷은 하이드로겐 바이 분주니어, 티셔츠는 컨버스, 팬츠는 갭키즈, 연회색 운동화는 컨버스 제품이다.

여자아이는 하늘하늘한 러플장식의 밑단이 인상적인 네이비색 벨티드 코트와 핑크색 패턴 원피스로 여성성과 활동성을 함께 살렸다. 코트는 빈폴키즈, 원피스는 갭키즈 DVF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옐로 & 골드 메리제인 슈즈는 빈폴키즈 제품이다.

비비드 네온


지난해부터 강세였던 선명한(비비드) 색상의 인기는 올해도 여전하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를 눈에 띄게 만들어주는 비비드 컬러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색상. 아이 특유의 발랄함과 천진난만함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비비드 색상 상의에는 러플 스타일의 스커트나 반바지에 니삭스(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를 매치하고, 비비드 색상의 하의에는 셔링(주름)이나 리본이 달린 셔츠를 매치하면 한층 발랄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남자아이는 상하의 모두 강렬한 오렌지 색상의 의상을 매치했다. 형광 오렌지색 티셔츠는 쁘띠바또, 오렌지 색상 팬츠는 빈폴키즈 제품. 네이비 색상 모자와 화이트 색상 바람막이 점퍼는 모두 컨버스 제품. 네이비 색상의 에스파드리유 신발은 갭키즈, 형광 옐로 색 크로스백은 펜디키즈 제품.

여자아이는 민트 색상의 상하의, 신발을 매치했다. 민트색 스웨터와 형광 민트색 팬츠는 갭키즈, 화이트색 티셔츠는 컨버스, 네이비색과 민트색을 적절하게 조합한 운동화도 컨버스 제품이다.

데님(청청)룩


상의와 하의 모두 데님 소재를 활용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 금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다르다. 다양한 분위기의 데님 소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식하는 이른바 ‘청청패션’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이러한 경향은 아동복에도 이어져 셔츠를 비롯해 원피스, 팬츠, 슈즈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데님이 활용되고 있다.

남자아이는 깔끔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데님 슈트를 시도해 봤다. 슈트는 펜디키즈, 줄무늬 긴팔 티셔츠는 세인트제임스 바이 플랫폼 플레이스, 검은색 하이톱(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 운동화는 컨버스, 선글라스는 갭키즈 제품.

여자아이는 플라워 패턴의 데님 팬츠에 데님 조끼를 매치했다. 팬츠와 조끼 모두 갭키즈, 파스텔 핑크 티셔츠는 펜디키즈, 빨간색 하이톱 슈즈는 컨버스, 선글라스는 갭키즈 제품.

글=김현진·염희진 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