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상장 예비심사 청구 올 8곳뿐… 2년전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실적 부진에 자금조달 어려움 ‘이중고’… 전문가 “中企 위해 유연한 심사 필요”
한국거래소는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A사에 낮은 점수를 줬다. 이대로라면 상장 심사를 통과한다고 해도 목표했던 공모가를 달성하기 힘들어 보였다. 결국 A사는 ‘자진 철회’ 형식으로 상장을 포기했다.
A사는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현재 임차해 사용하는 공장을 매입하는 등 본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생산라인과 공장증설 투자가 모두 중단됐고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꺾였다. 이 회사 재무팀 관계자는 “덩치가 작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일시적으로 실적이 주춤하더라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면 상장의 길을 열어주는 게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길이 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작아지는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신청 급감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케이사인, 파이오링크, 나스미디어 등 총 8개다. 2010년과 2011년 동기와 비교하면 지원 업체 수가 6분의 1 수준이다. IPO 시장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
증시 상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관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인지도를 높여 해외 진출 및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하는 회사 가운데 실제 상장에 성공하는 회사는 손에 꼽힌다. 2010년 66개, 2011년 57개, 지난해 21개가 상장에 성공했다. 전체 코스닥 업체 수는 이달 상장 폐지가 줄을 이으며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000개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IPO 시장이 얼어붙자 증권업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석호 신한금융투자 기업공개 차장은 “IPO를 위해 접촉해 오는 중소기업의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창구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중소기업 육성 위해 탄력 대응 필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30억 원 이상에 당기순이익 20억 원, 매출액 100억 원 중 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실제 심사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의 성장성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현재 상장심사를 받고 있는 B사 관계자는 “상장하기에는 자본금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 2년간 감자(減資)를 거치는 등 준비 과정이 길어졌고 그사이 업황이 안 좋아지며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김광옥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담당 상무는 “중소기업이 실적 부진에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해야 해외 진출 등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