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객 잡으려면 그들을 알아야” 신조어-아이돌 문화 등 전수 받아
“상무님, 학창 시절 제 별명이 ‘클럽학개론 교수’였거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클럽에서 이런 칵테일을 즐겨 마십니다.”
김태현 현대백화점 주임(29)은 최근 천호점장인 임진현 상무(50)에게 일대일로 칵테일 제조법을 가르쳤다. 예거마이스터, 봄베이사파이어, 에너지음료 등을 가져와 자신이 클럽에서 즐겨 마시는 ‘예거밤’과 ‘진토닉’을 제조했다. 김 주임은 지역별로 어떤 클럽이 인기 있고 클럽에 드나드는 젊은이들의 패션 코드는 어떤지 상세히 설명했다. 임 상무는 “백화점이 스트리트 패션을 강화하면서 협력사 대표들도 나이가 한층 젊어졌는데 이제야 좀 대화가 통하겠다”며 웃었다.
이는 최근 산업계에 확산되는 ‘역(逆)멘토링’의 대표적인 예다. 선배가 후배의 멘토가 돼 실무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성장세가 저조한 백화점 업계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새 성장동력을 젊은 세대 소비자들로부터 찾으려는 백화점들이 이들을 겨냥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젊은 직원들에게서 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영패션 전문관인 유플렉스를 리뉴얼하면서 지난달 27일 ‘새로 태어났다’는 의미의 ‘리본(reborn)’ 파티를 열었다. 백화점 옥상 하늘정원에서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열린 이 파티에서 젊은이들은 DJ 음악에 맞춰 가벼운 칵테일을 즐겼다. 이 아이디어는 ‘유플렉스 아이디어 발전소 TF팀’의 막내인 정유진 주임이 냈다.
신헌 사장 취임 이후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내세우면서 최근 1년간 임원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게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백화점도 외모 관리와 관련해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자문하는 일이 많아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역멘토링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임원들이 젊은 직원들을 찾아 옷은 어디서 사고, 머리는 어디서 하는지 묻는다”며 “사실상의 역멘토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