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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수확, 당일 직판… 로컬푸드로 유통거품 쏙 뺀다

입력 | 2013-05-02 03:00:00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첨병 ‘농협 직거래 매장’




4월 30일 경남 김해시 대동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김해시 대동면에서 수확한 대파와 부추 등 채소 30여 가지를 팔고 있다. 김해=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대동농협 하나로마트에 마련된 로컬푸드 직매장. 농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 내 농가가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운송 거리가 짧아 신선하다. 주부 윤계원 씨(49·여)는 “그동안 주로 대형마트에서 야채를 구입했는데 로컬푸드 매장이 생긴 뒤 가격이 20% 이상 싸고 신선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국내 농축산물 유통 구조 혁신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위기 극복 사례를 현지 취재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인 ‘아서 디 리틀(ADL)’과 공동으로 최근 세계 10개 농업 선도국가의 농축협 경쟁력을 평가한 바 있다.

○ 생산자, 소비자 모두 윈윈

김해 대동농협은 올해 3월 기존 하나로마트 매장에 로컬푸드 직매장(면적 66m²)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대파와 부추 등 30여 가지의 채소를 판다. 각 코너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사진, 휴대전화 번호까지 붙어 있다. 이진운 대동농협 조합장은 “채소 종목을 50여 가지로 늘린 뒤 5월 말 정식으로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5, 6개의 중간 유통단계를 없앴기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농가도 이득이다.

농협은 지난해 4월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을 시작으로 전주시 효자동 완주로컬푸드(지난해 10월), 경기 김포농협(올해 4월) 등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올해 말까지 20곳, 2016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특히 영세 농가에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영세 농가들은 대체로 여러 품종을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유통망 접근성이 떨어졌다. 수확기마다 중간상인들에게 헐값에 농산물을 넘기는 사례가 많았다.

‘국내 1호점’인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200가지 이상의 농산물을 대형마트보다 20∼40% 싸게 판다. 하루에 2000∼4000여 명이 찾는다. 70% 이상은 전주에서 오는 도시 사람들이다.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농산물 판매로 거둔 수입을 본사로 보내지만 로컬푸드의 이윤은 고스란히 지역 농가에 돌아간다.

○ 엄격한 품질 관리가 성패 좌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지적도 있다. 농협은 과거에도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숱하게 운영해왔으나 실패 사례도 많다. 직매장에선 농민들이 직접 농산물의 가격을 매긴다.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만 올리면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용진농협 이중진 상무는 “과거 여러 직거래장터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내놓다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용진농협은 참여 농민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신선도 관리 등을 교육하고 있다. 그날 팔리지 않은 농산물은 저녁에 수거하는 ‘1일 유통’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참여 농민은 6회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직매장 설치 외에도 운영 매뉴얼 보급, 농가조직화 교육, 안심꾸러미 상품 개발, 소비자 조직화, 운영자금과 예산 등 지원책을 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