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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로기자의 그린다이어리] “매일 두 팀은 입장료 안 받아요”

입력 | 2013-05-02 07:00:00

충북 충주 동촌CC 김국종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와 장애인 휠체어 보내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전 체조 국가대표 김소영(가운데) 씨. 그리고 자선행사에 동참한 고객들이 기념촬영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동촌컨트리클럽


1. 등촌CC의 ‘릴레이 자선 라운드’

대신 자발적으로 기부해주세요


박세리부터 박인비까지. 대한민국 골프가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골프붐으로 대한민국 골프인구는 어느새 400만 시대를 맞고 있다. 전국 골프장은 450개를 넘어섰다. 골프대중화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듯 하다. 골프장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 비화, 아름다운 이야기 등 ‘주영로 기자의 그린 다이어리’에서 그 소식을 전한다.

충북 충주에 위치한 동촌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상자 옆에는 ‘릴레이 자선 라운드’라고 쓰여 있다. 상자의 정체는 자선 모금함이다.

이 골프장은 올해부터 의미 있는 일을 시작했다. 4월 말부터 11월 말까지(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2팀씩 연중 251팀이 참여하는 ‘자선 릴레이 라운드’를 진행한다. 251팀이 모두 참가하면 인원은 1004명이 된다. 매일 2팀의 입장료를 받지 않고 그 대신 골퍼가 자발적으로 자선금을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금액은 골퍼가 알아서 내면 된다. 골프도 치고 자선도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부하겠다고 앞장서는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이 골프장 직원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최근 들어 골프장업계에선 “이러다 다 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2000년대 중반이후 골프장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골프인구는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골프장만 급증하다보니 매출이 줄었다. 몇 년째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 문을 연 골프장은 더 심각하다. 예전처럼 회원권 분양도 잘 되지 않아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을 닫는 골프장이 생겨나고 있다.

동촌컨트리클럽의 ‘자선 릴레이 라운드’가 솔깃하게 들린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골프장은 지난해 문을 열었다. 빨리 수익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고 자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 골프장 김국종 대표이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골프장들이 개장과 동시에 명문을 표방한다. 그러나 으리으리하게 짓기만 한다고 명문 골프장이 되는 건 아니다. 우리 골프장은 명문보다 지역사회 그리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자선 릴레이 라운드는 1년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갈 계획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은 골프장도 변해야 살 수 있다.”

약 7개월 동안 진행되는 자선 릴레이 라운드의 예상 모금액은 약 1억 원 정도다. 현재의 참여율 추세라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자선금은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를 통해 충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를 통해 학교 폭력, 성폭력 등 범죄 피해자 그리고 한국컴패션에 나누어 기부할 예정이다.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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