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낮은 지방 소도시, 어린이들 행복감도 낮아
“대전에 살아서 행복해요.” 대전 지역 청소년들이 대전 유성구 장대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 모여 활짝 웃는 모습. 어린이날(5일)을 앞두고 발표된 어린이행복종합지수에서 16개 시도 중 대전 어린이들이 가장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동아일보가 세이브더칠드런 및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공동 기획해 파악한 어린이행복종합지수를 살펴본 결과 위의 내용 중에서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 광역시 어린이가 더 행복
충북을 제외하면 행복지수 상위권은 대전(1위) 서울(3위) 부산(4위) 인천(5위) 울산(6위) 같은 대도시가 휩쓸었다. 충남(13위) 전남(14위) 전북(15위) 경북(16위)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청정지역으로 간주돼 어린이가 더 행복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제주는 의외로 공동 11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어린이의 행복감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부에 재정을 더 많이 의존하는 지자체일수록 아동을 위한 복지예산 편성에 인색할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이 어린이의 행복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의 공식 자료인 e-나라지표를 통해 지난해 16개 시도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서울시는 88.8%, 광역시는 55.0%였다. 하지만 도는 35.2%, 특별자치도는 28.2%에 머물렀다. 특별 또는 광역시가 도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월등하게 앞섰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아동 복지예산의 조달 능력이 떨어질수록 아동 교육 및 복지 인프라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맞벌이 비율이 높은 시대에 지역사회가 어린이를 껴안아 주지 못하면 방치되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그만큼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라고 진단했다.
지자체가 아니라 가정 단위로 분석하면 경제력과 아동의 행복감이 일치하지는 않았다. 대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충북이 잘 보여준다.
충북은 8개 영역 중 경제여건이 12위, 주거·환경이 10위에 그쳤다. 하지만 행복·만족감, 성적에서 1위에 오르며 종합 순위가 올라갔다. 경제여건이 1위인데도 종합 순위가 6위에 머문 울산과 대조적이다.
유조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행복지수의 종합 순위와 8개 영역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니 주거환경과 가정 경제여건은 어린이의 행복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 부모와의 관계가 좋고 여유와 아량이 넓은 어린이의 행복감은 컸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담당한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대전과 충북이 상위권을 형성한 반면 같은 충청권인 충남이 종합 13위에 그친 데 대해서 “충남 지역은 어린이 복지, 교육 인프라가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행복지수 하위권에 머문 충남 전남 전북 경북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맞벌이 비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통계청 자료상 행복지수 하위권(13∼16위)에 머문 충남 전남 전북 경북의 평균 맞벌이 비율은 52%에 이른다. 상위권(1∼4위)에 오른 대전 충북 서울 부산의 맞벌이 평균(43%)보다 9%포인트 높다.
맞벌이 비율이 높지만 경제적으로는 빈곤한 점도 문제였다. 행복지수에서 드러난 하위권 지역의 경제여건과 주거환경은 모두 평균 이하였다.
경북에서 활동하는 지역복지 전문가는 “결국 일자리의 질이 문제다. 근무시간은 길지만 급여는 충분하지 않으니 부모가 어린이에게 관심을 쏟고 물질적으로 잘해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모가 잘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 지역의 복지 또는 교육 인프라까지 부족하면 어린이가 말 그대로 방치되기 쉽다는 얘기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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