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 300마리 번식 중단수입도 어려워 봄철 짝짓기에 사활… 사육사들 야생 환경 조성 등 안간힘
‘짝짓기의 계절’ 봄이 돌아왔지만 서울동물원의 흰코뿔소 한 쌍(오른쪽이 수컷)은 등을 돌리고 데면데면해 사육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희귀동물의 해외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동물원 내 동물끼리의 짝짓기가 종을 보전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됐지만 애타는 사육사의 마음을 모르는 듯 대부분 짝짓기를 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동물원 측이 기뻐하는 이유는 짝짓기를 통한 종 번식이 힘들어서다. 1984년 동물원 개장 당시 동물 수는 376종 3800여 마리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39종에 2800마리로 줄었다. 종이 줄어든 데는 동물의 해외 도입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동물원 내 동물끼리의 짝짓기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6일 본격적인 짝짓기 철인 봄날인데도 서울동물원의 암수 흰코뿔소(멸종위기종) 두 마리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어쩌다 근접하면 서로 들이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두 마리 중 수컷은 2011년 짝짓기 대상이 없던 암컷을 위해 싱가포르의 동물원에서 들여왔지만 봄을 두 번째 맞은 지금도 짝짓기를 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인환 사육사는 “흰코뿔소나 롤런드고릴라, 오랑우탄 등 희귀 동물인 대형 포유류는 마리당 1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이 넘는 데다 교환하거나 팔려는 동물원이 없어 도입이 어렵다”며 “일단 들여온 동물끼리 짝짓기를 해 번식하는 것이 종 보전을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짝짓기를 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동물원 내에서 번식이 중단된 동물이 현재 300마리에 이른다. 이런 영향으로 한 해 평균 200마리 넘게 태어나던 동물은 지난해 170마리로 줄었다. 노정래 서울동물원 원장은 “야생에서는 암컷이 무리의 수컷 중 승자를 택해 짝짓기를 하는데 동물원의 대형 포유류는 종별로 대부분 한 쌍밖에 없어 암컷이 한 마리뿐인 수컷을 택하지 않으면 짝짓기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번식을 활성화하려면 한 종류의 동물을 무리째 들여와야 하는데 한 해 3억 원 안팎인 동물 구입 예산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에 어떻게든 짝짓기를 시키려 애쓴다. 야생에서 보이는 동물마다의 본능까지 활용한다. 야생에서 짝짓기를 할 때 만났다가 이후 홀로 생활하는 눈표범의 습성을 감안해 암컷과 수컷을 2, 3개월간 떼어놓은 뒤 잠깐 만나게 해 짝짓기를 유도하는 등의 방식이다.
흰코뿔소에겐 야외 방사장에 진흙목욕탕을 만들어주는 등 야생과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하루 3번 이상 솔질을 해주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스스로 짝짓기에 나설 만큼 충분하게 원기를 충전시켜 주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달주 과장은 “2011년 폐사한 롤런드고릴라 수컷 ‘고리롱’은 생전 TV 동물 프로그램 중 고릴라 짝짓기 장면을 편집한 ‘야동’을 보여주며 짝짓기를 유도하기도 했다”며 “동물원 내에서의 종 번식이 종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 만큼 최대한 야생과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줘 자연스럽게 짝짓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