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환 숭례문복구단장
어디 상처 입은 것이 숭례문뿐이었으랴.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잃은 국민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아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숭례문 복구공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 복구공사는 어느 때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진행됐다. 성곽의 돌 하나부터 문루의 기와 한 장까지 전통기법을 최대한 따랐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제대로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했던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 복구를 위한 해체 및 발굴 조사 과정에서 창건 당시의 원형을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복구공사 기간 전체에 걸쳐 잃어버렸던 우리의 전통기법들을 발굴하고 회복해 가는 과정도 그러했다.
문화유산 훼손이나 재난을 미연에 막거나 경감하는 대책을 세우기 위한 기준도 마련했다. 숭례문에는 전통기법뿐만 아니라 첨단 방재 장치들이 총동원되어 있으며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통합시스템을 문화유산 관리 사상 처음으로 설치하였다. 이 또한 앞으로 문화유산 보존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복구 과정에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있었고 사라질 뻔했던 전통기법들을 발굴하여 전승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숭례문과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유산 방재 시스템 부분에서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선조들이 숭례문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소중한 가르침일 것이다. 그 가르침을 따라 앞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그 전통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강경환 숭례문복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