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무역투자진흥회의 주재대기업 위주 50년 성장전략 탈피… 中企 중심 ‘수출한국 2.0 시대’로
같은 듯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매달 경제 관료들과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어떻게 하면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것인지 연구했다. ‘수출진흥위원회’라는 이름의 이 회의를 1일 박근혜 대통령은 34년 만에 ‘무역투자진흥회의’로 다시 탄생시켰다. ‘수출’이 수출입을 통칭하는 ‘무역’으로 바뀌고, 이전에 없던 ‘투자’가 회의명에 새롭게 들어갔다.
이름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이날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첫 회의 1호 안건’은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 방안’이었다. 과거 정부가 50년 가까이 펴 온 대기업 위주의 수출 진흥책에서 탈피해 ‘신(新)무역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양적(量的) 성장 전략만으로는 무역의 외형이 아무리 커져도 정작 사회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서민 경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 규모가 2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순위도 8위로 올라섰지만 일반 국민이 살림살이에서 느끼는 체감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 중 상당수를 금융 지원 확대와 가업상속 지원, 각종 행정규제(손톱 밑 가시) 완화 등을 통해 ‘강소(强小) 수출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화 약세,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환경의 악화가 이미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4월 수출 실적이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다”는 산업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어 ‘2호 안건’인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12조 원+α(알파)’의 신규 투자를 일으킨다는 계획이 담겼다. 또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제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서비스 규제의 ‘가시’를 뽑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의 동력을 키우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정부는 호텔 업종에 ‘메디텔’을 새로 추가해 대형 병원이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을 지어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밖에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등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이용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무역과 투자 진흥은 특정 부처나 정파를 넘어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기업들이 규제가 없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왜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책임을 지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분기마다 열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앞으로도 직접 주재할 계획이다.
세종=유재동 기자·이재명 기자 jarrett@donga.com